Liberty와 Freedom의 차이

2013.10.04 12:16

김학천 조회 수:1332 추천:65

  빠삐용은 살인누명으로 악명 높은 남미의 기아나 감옥에 갇힌다. 그리곤 혹독한 수형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잡힐 때마다 처벌은 더 무거워지고 견디기 힘든데도 그는 계속한다. 그리곤 결국 백발이 되어서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악마의 섬에 갇힌다.
  어느 누구 감시 감독하는 사람 없이 자연농작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게 놔 둔 그런 섬이다. 그러나 사면이 바다이고 파도조차 높아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절해고도 위에서 그는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탈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동료 드가의 만류도 뿌리치고 드디어 어느 날 바다로 뛰어들어 야자수 열매들을 넣은 망태기에 올라타고 망망대해를 헤치며 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리곤 외친다. ‘이 놈들아, 나는 아직 살아있어!’ 그 뒤는 이 영화 관람객들의 상상이다.
  인간으로서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까지 불사하고 탈출을 쫒던 그가 추구한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해방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불평등하게 주어진 자유의 해방이 아니라 동등하게 부여된 자유로의 해방.
  영어에 자유란 말에는 Liberty와 Freedom의 두 단어가 있다. 그러나 옛날 북유럽 국가에는 Liberty란 말이 없었고 남유럽에는 Freedom이라는 말이 없었다. Liberty는 구속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일종의 특권적 자유로 예를 들면 노예를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그런 것과 같은 불평등의 자유이다. Freedom은 사랑과 우정이 담겨있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돌아간다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하늘이 부여한 원초적 자유로 누가 주거나 누가 빼앗아 갈 수도 없는 그런 완전히 동등한 해방의 자유다.
  이 두 개념이 신대륙 미국으로 넘어와서 충돌한 적이 있었다. 남북전쟁이다. 북부는 북유럽에서 건너온 Freedom이고 남부는 남유럽에서 이민 온 Liberty 였다. 결국 이 충돌은 북군이 승리함으로 해서 신대륙은 Freedom의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이 신대륙의 관문에 세워졌다.‘세계를 밝히는 자유’의 상이지만 보통‘자유의 여신상’이라 불리는 콜로서스 청동상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왜 자유의 여신상은 The Statue of Freedom이 아니라, The Statue of Liberty일까?  그것은  Freedom 이란 말이 없었던 남유럽 프랑스가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바로 횃불을 높게 치켜든 거대한 이 여신상이다.  
  여신상이 밟고 있는 쇠사슬은 모든 탄압과 억압을 의미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듯 보인다. 그러므로 이 여신상은 이민의 나라, 자유의 나라 미국을 상징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속박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상징물인 셈이다.
  그러니 자유와 행복을 찾아 이억만 리 찾아온 사람들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위풍당당한 여인의 모습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 여신상이 외치는 자유는 완전한 해방의 자유인 Freedom이 아니고 불평등한 특권적 자유인 Liberty 이기 때문에 오늘 날 미국은 아직도 불평등의 싸움 속에서 상처투성이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별이 없는 완전히 동등한 자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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