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기까지 삼킨 리더 쉽

2015.06.25 14:37

김학천 조회 수:92

  펄벅의 '대지'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가 메뚜기(황충) 떼의 습격 장면이다. 온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날아드는 메뚜기 떼는 세상을 밤처럼 깜깜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치는 소리로 천지를 진동시킬 정도였다. 그들이 내려앉아 갉아먹은 농작물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통 황무지로 변했다.  

  백성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당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아 명군으로 칭송받는 당태종 이세민 때였다. 가뭄에 황충 떼가 곡식을 사정없이 훑어버리고 백성들은 발을 동동 굴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시름에 빠진 태종이 황급히 들에 나가 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는‘백성의 곡식을 갉아먹으려면 차라리 내 심장을 갉아 먹으라’면서 메뚜기 두 마리를 잡아 삼켜버렸다. 그러자 메뚜기 떼가 몰살했다고 한다. 이른바‘탄황(呑蝗)’의 고사다.  조선의 영조는 전국에 황충 떼가 기승을 부리고 가뭄까지 겹치자 이 고사를 예로 들면서‘아무리 어질고 의로운 군주라 해도 정성이 없었다면 어찌 황충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는가. 그것은 결국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자책으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왕은 하늘이 낸다고 믿어왔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하루는 길가에서 문자로 점을 보는 점쟁이를 만났다. 문(問)자를 집었더니‘임금이 될 것’이라 했다. 곁에서 이를 본 거지도 같은 글자를 짚었다. 그런데 이번에 점쟁이는 그에게‘너는 평생 거지 팔자’라고 했다. 화가 난 거지 따져 물었더니 글자를 파자해 보면 문(問)자는 좌우로 임금 군(君)자가 되니 이성계는 어디로 가나 왕이 될 운명이요, 네 경우는 문(門)자와 입구(口)자의 합성이니 남의 집문 앞에 입을 대고‘밥 주쇼!’할 팔자라 했다한다.  

  우스갯소리이겠지만 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말일 게다. 그러나 하늘이 임금을 낸다고 해도 임금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하늘이고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총명을 넓히고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스스로 반성하며 백성을 잘 다스려 나라를 굳건하게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고 보면 신라는 이를 잘 반영한다. 신라의 임금은‘이(니)사금’이라 불렸다. 유리이사금이나 미추니사금이 바로 그것이다. 성스럽고 지혜로운 이는 이(齒)가 많다고 해서 왕을 뽑을 때 떡을 물어 보게 한 다음 치아의 금(자국)을 본 연유로‘이(齒)의 금’을 뜻하는 잇금에서 이사금이란 말이 나왔다. 

  3대 유리이사금 5년 겨울에 나라 안 곳곳을 둘러보다가 한 노인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거의 죽어 가는 것을 보고‘이 모두가 다 나의 잘못이 아닌가’라며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 주고 곳곳에 있는 홀아비, 홀어미, 고아, 자식 없는 사람들을 위문하고 먹고 마실 것을 주어 살아가게 하자 이웃나라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모여들고 나라도 평안해지고 백성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니‘도솔가’를 지어 노래했다. 

  진정 백성을 위하고 국가를 잘 다스리는 나라님은 무엇보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나라님들은 비난과 책임전가만을 앞세우고 있으니 아마도 이가 없어 틀니로 위장된 이사금들인 모양이다. 

  언제가 돼야 우리는 믿고 의지할 만한 후덕한 나라님을 가질 수 있을까 답답해서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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