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2012.01.06 03:59

김학천 조회 수:415 추천:155

  재벌 회장님이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왔다. 화려한 경력의 좀도둑 고참죄수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묻는다. ‘회장님, 쥐란 놈들이 어떻게 계란을 훔쳐 나르는지 아십니까?’ 회장님이 모른다고 하자, ‘하등한 쥐라고 머리가 없겠습니까. 그것들도 나름대로 먹고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놈이 바닥에 벌러덩 들어 눕습니다. 그리고는 네발로 살포시 알을 껴안지요. 그러면 다른 한 놈이 누워서 알을 껴안은 녀석의 꼬랑지를 물고 끌고 갑니다. 같이 해먹는 거지요. 쥐한테도 배울게 많아요. 가만히 보면 인간도 쥐와 다를 바 없거든요.’
  미국 최고의 스타로 전 세계에 군림해 온 쥐가 있다. 생쥐 미키 마우스. 수줍음 많고 소박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점잖은 신사이고 오케스트라도 지휘하는 열정과 재능을 가진 우리의 멋쟁이 친구이다.
  그리고 꿈과 희망의 대상으로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우상인 그는 우리가 잃은 것을 찾아주는 스승이기도 하고 2차 대전 때에는 연합군의 암호로 우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준 리더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름의 생쥐 ‘피카츄’도 컴퓨터게임 포키몬의 최고 주인공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 받고 있다. 포키몬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말을 할 줄 아는 이 전기생쥐는 어려서는 약하지만 커가면서 어둠의 무리와 싸우는 우리의 전사로 강해져 간다. 그래서 더러운 것을 퍼뜨리고 악취 나는 사회를 만드는 어둠의 무리 시궁창의 쥐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그러고 보면 강자와 약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대립하는 인간사회의 모습을 보여준 ‘톰과 제리’에서 쫓기는 생쥐 제리는 바르지만 힘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친구이고 고양이 톰은 거짓과 불법으로 약자를 속이고 자기 배불리기에 바쁜 이 사회의 자투리 인간들인 시궁창 쥐인 것이다.
  세상에서 나오는 악취 나는 찌꺼기로 살아가는 이러한 시궁창의 쥐에 대해 로버트 설리번은 ‘부정과 횡포가 판치는 시대에 쥐덫이나 쥐약은 이들의 면역성만 길러주어 더욱 비대해지게 할뿐 멸종시키는 길은 이들의 먹이를 끊어 서로가 잡아먹게 하는 길 외에는 없다’고 외치면서 ‘인간의 거울과도 같은 종자’라고 비꼰다.
  이렇듯 쥐의 얘기가 바로 인간의 모습인걸 보면 고참죄수가 말한 ‘알을 품은 쥐와 나르는 쥐’는 그냥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가 쥐와 함께 공모하고 있음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손에 잡고 사는 마우스가 그 밑바닥에 동그란 알을 품고 굴리고 있는 다람쥐 마우스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도 그 마우스의 한쪽 꼬리를 잡고 무엇을 옮겨 나르고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알이 쓰레기 알인지 황금 알인지 그리고 공범자와 함께 남의 것을 빼앗아 훔쳐 나르고 있는지 아니면 동료와 합심하여 선을 이루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사이버세계도 정복하고 있는 그 마우스가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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