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흐르는 눈물

2014.05.27 22:24

김학천 조회 수:338 추천:34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부른 유행가가 있었다. 노랫말처럼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긴 한데 눈을 만드는 것이 어찌 사랑 하나뿐이겠는가. 눈물은 우리의 삶 속의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거늘. 기쁠 때도 울고, 일을 성취했을 때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슬픔과 고통에도 눈물은 나오고, 실망과 좌절 그리고 비탄에도 우리는 눈물을 보인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첫 알림을 울음으로 시작한다. 나의 존재를 알리는 고고한 외침이다. 그 울음은 주위 사람들의 기쁜 웃음으로 화답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웃음과 울음 속에서 삶을 영위해 간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성장시켜 주는 것은 웃음보다는 눈물의 양과 비례한다.
   그것은 ‘어머니는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주고 눈부신 진주가 되게 하기 위해서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라고 노래한 정한모의 시처럼 나의 눈물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기도와 눈물의 양에 따라 살아있는 나의 모습이 다르게 커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    
   눈물은 사람이 가진 최상의 아름답고 숭고한 감정의 표현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워야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감정은 사랑에 뿌리를 두고 사랑이 있어야 눈물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한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로 많은 이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의 눈물을 만났다. 그러나 어느 정치 후보자는 때 맞지 않는 눈물을 흘려 우리를 조소케 했는가 하면 절제력이 강하다던 지도자의 눈물은 진정한 감동을 사지 못했는가보다. 누군가 그랬다. 눈물은 적개심을 줄여준다고. 아마도 그렇게 눈치채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훈은 이순신 장군을 그린 ‘칼의 노래’에서 왜란을 만나고 피난을 가며 자주 우는 선조를 두고 ‘임금의 울음은 정무(政務)와도 같았다’고 썼다. 아니면 이처럼 정무와도 같아 보여 그랬을까?
   어쩌면 아마도 가슴에서 나오는 눈물이라기보다 머리에서 나온 눈물이라는 느낌으로 밖에 전달이 안돼서 그랬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눈물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르지만 머리에서 나오는 눈물은 가슴과 가슴 사이에서 막히기 때문일 게다.  
  이번 통한의 현장에는 가슴과 가슴에서 흐르며 공감된 가장 아픈 눈물들이 그 속에 있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이다. 이제는 눈물조차 메말라 물기 없는 울음이 가슴에서, 몸에서 터져 나온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소리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일 게다. 그 어떤 말도 더 이상 가치를 잃고 필요 없어졌다.        
   시인 김현승은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잃은 아픔을 시를 통해 눈물로 그렸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라고.
   눈부신 진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흘리는 어머니들의 피눈물을 영리한 머리들로 모욕되지 않게 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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