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알까?

2004.03.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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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때 미는 타월을 가져가야 할까?” 초대받은 집에 갈 때면 아내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어느 집이나 손님들이 가면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따로 모여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꼭 대중탕 같다. 우리 집에 온 손님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항상 “ 목욕탕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갈라 앉습니까 같이 앉아 이야기합시다...” 라며 자리를 바꿔놓곤 하지만 다음 모임에 보면 다시 ‘남탕’, ‘여탕’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본다.

자세히 관찰하면 여자들은 항상 부엌을 중심으로 모여 음식을 준비하며 이야기하고 있고 남자들은 응접실 주변에 앉아 이야기한다. 물론 식사가 끝나도 남탕 여탕은 결코 ‘혼탕’으로 변하지 않는다.

혹시 여자가 남자들 틈에 끼어 말을 하거나 남자가 여자들 틈에 끼어 들기라도 하면 나중에 건방지다니 주책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다. 왜 그럴까 라는 물음에 아내의 대답은 여자는 여자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것이었다.

대화에 공통점도 많고 느끼는 점이 여자라서 서로 통한다는 말이었다. 사실 여자 쪽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남자들의 귀를 그쪽으로 더 기울이게 한다. 남자들끼리라야 골프나 축구이야기 혹은 재미없는 정치이야기 더 나쁘면 열 번도 넘게 들었던 군대 이야기니 내가 생각해도 아기자기한 웃음소리가 나올 턱이 없다. 이를 보면 여자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남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탠넨(Deborah Tannen)교수는 여자는 일반적으로 대화를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한 사이를 확인하고 강화하려는데 쓴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여자들의 대화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쓰여진다고 관찰한다.

한편 남자들은 대화를 지식을 전달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하관계를 이루게 되어 지시하는 투가 되고 직선적이 된다한다.

이런 인식의 차이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 못한다고 불평을 한다는 것.

예를 들면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기 말을 안 들어 주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자꾸 되풀이하여 이야기한다.

한편 남자는 -한국 남자든 미국 남자든- 누구에게, 특히 여자에게, 명령을 받고 하고 있다는 느낌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요구를 바로 들어주는 것을 하기를 늦춘다. 스스로 하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결과는 바가지다. 여자는 남자가 못 알아들은 줄 알고 같은 요구를 반복하고 그럴 때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일을 미루게 된다. 싸움이 안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표현만 해도 그렇다. 남자들은 말로 하는 사랑한다는 표현에 약하다. ‘사랑한다고 말해봐요...’ 라고 백 번을 요구해 봐야 소용이 없다. 스스로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수밖에. 허긴 남자 스스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도 여자는 몰라준다.

눈에 낀 눈꼽을 훔쳐줄 때, 입가에 밥알을 닦아줄 때, ‘어휴, 이러니 내가 어떻게 죽어’ 라고 말할 때, ‘등 좀 긁어 줘 거기 거기 아!’ 라고 할 때, ‘어디 미역 있어’ 된장은, 멸치는 하며 국 끓여준다고 귀찮게 할 때, 당신 머리는 스트레이트가 좋은데... 할 때, 여자 다리에 머리를 베고누워 코골며 잘 때, 머리를 쥐어박을 때, 그대 모습 멍하니 볼 때.....이때가 남자가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 것임을 여자들은 알까
<미주 중앙일보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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