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음악

2011.12.02 03:31

김학천 조회 수:516 추천:175

히브루어는 스물 두개의 알파벳을 갖고 있는데 각 글자마다 숫자의 개념이 들어있어서 예를 들면 첫 자 알레프는 1에 해당하고 베트는 2 그리고 쿠프는 100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영어철자는 그렇지 못하지만 전화 다이얼 패드를 보면 아라비아 숫자에 모두 영어 알파벳이 써있어서 숫자로도 글자로도 전화를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예를 들면 Kids는 5437이므로 소아과나 소아치과에서 사용하기 좋다.
오래 전 형사 콜롬보에선가는 범인이 작곡한 음악이 단서가 되는 장면도 있었다. 우리가 아는 도레미파...의 8음계는 영어로 CDEF...가 된다. 즉 Gabe란 이름은 솔-라-시-미 가 된다. 이렇게 하여 애인에게 보낸 곡 하나로 자신과 애인의 관계가 들어 나면서 붙잡히게 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기원인 DNA 또한 일정한 부호로 이루어지므로 스페인의 두 미생물학자가 프랑스 작곡가와 함께 DNA 분자의 암호를 조합하여 음악을 만들었다.
유전자 기본단위는 일정한 배열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구성하는 각 물질인 아데노신은 A, 싸이토신은 C, 구아니딘은 G, 싸이미딘은 D로 바꾸어 곡을 만들어보니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더란다. 그런데 걸작 중의 걸작은 간에 있는 효소 중 하나를 이런 식으로 편곡해보니 ‘장송소나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유전자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음악이 된다는 얘기다. 건강한 DNA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병든 DNA는 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신체와 음악 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 숨어있는 유전자의 비밀 속에서 우주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일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즉 소설의 유전자가 ‘이야기’라면 음악의 유전자는 소리가 밖으로 표현된 ‘마음의 흐름’일 수 있다. 이야기는 소설이라든가 시, 역사 및 모든 스토리의 여러 형태로 문학장르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고 음악은 울음에서부터 침묵의 내면의 소리까지 각종의 소리가 모두 이것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미술이 시각적으로 밖으로 표출된 것처럼. 다시 말해 우리의 삶도 그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를 악보에 실어보면 각자의 음악이 될 것이다. 발라드냐 재즈냐 아니면 혹은 안단테로 살았었는지 비바체로 살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음악은 기본적으로 일곱 개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무지개의 색깔 수와 동일하다. 오색 영롱하게 펼쳐진 무지개의 일곱 색은 합치면 흰색이요, 다양하게 나열된 악보의 검정 일곱 음표는 모두 검정이다.
그래서 그런가 피아노도 흰색과 검정이요, 연주복도 흰색과 검정이다. 합하면 한 색인 것이 펼쳐지면 갈라지는 것이 우리의 삶과도 같다.
허나 무지개 빛깔이 일곱 뿐이라 해도 색과 색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빛이 세상을 아름답게 엮어내듯이, 또 음표가 일곱 뿐이라 해도 이루 셀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우리 삶의 이야기를 엮어 내고 있는데 사람들의 고정 관념은 이런 삶의 다양성을 스스로 거부하고 그저 흑백 논리에 빠져 나와 생각이 다르면 금방 적으로 간주해 등을 돌리는 어이없는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갖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그 분 보시기엔 우리의 삶은 하나로 가는 길인 것을. 단지 다르다면 빨간색이었는지 보라색이었는지 아니면 왈츠였는지 탱고였는지의 차이일 뿐일 것이다.
우리 삶이 아름다운 음악이 될 것인지 시끄러운 음악이 될 것인지 그 때 그 날 가봐야 알겠지만 잘 연주해 보자. (미주중앙일보, 10-2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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