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2013.07.05 10:12

김학천 조회 수:270 추천:56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영화 ‘버킷 리스트’가 상영된 후부터 이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즈에 사는 캔디 챙은 2009년 어머니를 잃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 온 죽음으로 어머니가 생전에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피아도를 배우고 싶어 했던, 프랑스 파리에도 가보고 싶어 했던, 태평양을 바라보고도 싶어 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그녀는 오랜 시간을 슬픔 속에서 보내다가 그나마 같이 보낼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은 이를 생각조차 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가장 명확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아닌지가 궁금해 졌다. 그렇다면 품고 있는 이런 의문들을 백묵 같은 걸 사용하여 공공장소에서 이웃과 같이 나눠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집 근처에 오랫동안 벼려진 창고 바깥벽에 ‘Before I die, I want to….’는 문구를 크게 써놓았다. 헌데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버려져서 비어있던 그 벽은 많은 글들로 완전히 꽉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백묵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써 넣은 것이다. ‘노래를 하고 싶다’‘ 내 딸의 졸업식을 보고 싶다’‘날짜변경선에 양다리로 서보고 싶다’‘학교를 짓고 싶다’‘그녀를 한번 더 안아보고 싶다’‘모든 걸 버리고 그냥 나 자신이고 싶다’ 등등 너무나 많은 스토리들이 거기에 있었다. 사람들의 이런 희망과 꿈들이 그녀를 크게 웃게도 해주고 눈물을 흘리기도 해 주면서 그녀는 힘든 시간 동안 위로를 받았다.
    버려졌던 공간이 재생산의 장소로 바뀌면서 이웃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로 우리 모두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이 작은 움직임이 알려져 세계도처에서 자기네들 공동체에도 이런 벽을 만들어보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수백 통의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이 벽은 전 세계 여러 나라 곳곳으로 퍼져 세계 45 나라에서 15개의 언어로 250개의 벽이 만들어져서‘소통의 벽’구실을 하고 있다.  
   시(市) 역사가 루이스 뭄포드는 ‘사회의 시작은 단지 육체적 생존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 때문에 된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모여서 같이 슬픔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사는 함께인 동시에 또 홀로인 인간이다. 공공장소는 서로 공유하는 곳이고 그렇게 함으로서 서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여 공동체와 우리 자신을 도와주게 된다.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은 내 자신을 돌이켜보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제‘Before I die’벽은 세계 어느 공동체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갈망과 기쁨, 불안정, 감사, 공포 그리고 의문에 대해 가장 솔직한 모임이 되었다.       최근에 그녀는 한 예술단체의 후원으로 라스베가스의 코스모폴리탄 호텔에  ‘Confessions’라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열었다. 이는 투표실 같이 가려진 부스 안에 들어가 자신이 고백하고 싶은 비밀들을 종이에 적어 상자에 넣는다. 그러면 그것들은 갤러리 벽에 전시되어 다른 이들과 공유하게 된다.  거기에는 많은 사연, 비밀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서로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맛봄으로서 ‘나 혼자만이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다. 마치 가톨릭에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보속을 받아 위안을 얻듯이. 이렇게 함으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불완전한 신부의 역할도 하게 된다.  남의 비밀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의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은 아픔이나 고통을 갖고 있다는 공동의식은 나에게 위안도 되고 용기도 된다.     다소 어둡게 비춰질 수 있는 ‘죽음’이라는 의미를 나 혼자만이 아닌 참여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Before I die’ 프로젝트나, 감춰진 비밀로 갖게 되는 죄의식을 서로 나누면서,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고, 각자의 염원을 공공장소에서 공유하는 것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우리의 현재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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