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2015.02.26 08:53

김학천 조회 수:168 추천:8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모두에게 공감과 회한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는 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온갖 역경 속에서 처절하게 가족을 지켜내야 했던 가장의 모습이 거기 있었고 그게 바로 보는 이들의 개인사였기 때문에 공감이 컸다. 가족을 지키는 것이 어찌 가장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일까마는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아버지의 모습에서 너나 없이 부끄러움 없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아니 그런 떳떳한 눈물은 예전엔 없었을 것이다.
  박목월 시인의 시 '가정'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아버지의 신발은 '십 구문 반'이나 될 만큼 크고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집에 돌아와도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 같은 애들'을 보면 미소를 보인다고.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로 점철된 고달픈 인생길을 걸어 온 가장에게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묻어난다.
  그리고 홀로 돌아선 아버지는 김광균 시인이 '노신'에서 읊었듯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고 한탄하면서 일어나 앉아 등불을 켜고 담배를 피워 물고는 자신을 향해 '여기 상심한 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라고 뇌까릴 뿐이다.
  그에게도 희망이 있었을까? 아마도 희망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망하면서 생겨나는 것인지 모른다. 땅 위에 처음부터 길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길이 되듯 희망도 이처럼 묵묵히 다져진 힘겨움 위에서 비로소 싹튼다는 믿음에서 얻어지는 것일 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림에 담아보려는 화가가 있었다. 그는 세상을 다니면서 그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느 날 만난 젊은 신부에게 물었다. 그녀는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사랑은 메말랐던 감정도 다시 불타게 하고 가난해도 부유한 마음을 갖게 하며 슬픔이나 미움을 버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엔 수도자를 만났다. 그는 '믿음'이 제일이라고 했다. 믿음이야말로 불신을 없애고 이해와 용서로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 만난 나이 많은 할머니는 '소망'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소망은 우리를 좌절에서 건져내 주고 더 낳은 삶으로 가도록 용기를 주기 때문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군인은 '평화'가 최고라고 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굶주림과 고통 그리고 증오와 복수를 낳는 가장 추악한 것이니 평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화가는 부모의 마음에서 사랑을 찾았고 아내의 마음에서 믿음을 읽었다. 아이들 눈에서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가정에 평화가 머물러 있음을 깨달았다. 얼마 후 화실에서 나온 화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있었다. 그가 그린 그림은 '가정'이었다.
  영화 속 좌절과 상실의 삶을 살아 온 가장은 이렇게 외친다.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있다. 그러나 미소 띤 내 얼굴을 보아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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