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 권기순

어둠을 떠미는 손이 보이지 않게
푸른빛으로 천천히 스미듯
새벽이 들어서고 있었다
모든 청색은 새벽빛을
닮고 싶지 않을까 나는 묻고 있는데
푸른빛 속으로
야윈 연기가
야위어서 가녀린 연기가
느릿느릿 피어나는 게 보였다
청빈하다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청빈하다
몇 그릇 밥을 짓기 위해
나무는 여문 불길로 타오르고
한줌 재를 남기며
연기는 또 청빈하게 사라지나
밥 짓는 연기가 그리운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
늦지는 않게
나도 청빈한 연기로 사라지고 싶다


권 시인님의 대표작은 <향나무 상자 속의 울음 하나> 이지만
이 아침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연기>라는 시이다.
가녀린 새 같은 시인을 생각한다.
시인 동생을 110% 후원하는 멋진 언니분도.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워싱턴으로 무사 귀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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