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1월호 월평

2007.03.01 10:28

도반 조회 수:454 추천:28

영라씨.

<<에세이플러스>>3월호에 실린 <<월간문학>>1월호 월평입니다.
한정된 지면 탓에 깊이 다루지 못해 아쉽습니다.
간략한 평과 더불어 수록 작가 중 한 분을 택해 약력과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월간문학>> 1월호 월평



   요즘은 무엇이든 시간으로 계산하는 걸 즐겨하는 듯하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 친구사이에서 친밀하게 우정을 나누고 지내는 세월이 5년 정도. 이런 식으로 마음의 교감마저 시간놀음, 숫자의 대상이 되니 말이다. 하긴 스튜어드 매크리디가 엮은 <<시간의 발견>>을 보면 시간 자체가 생체의 리듬에서 생겼다고 하니까 상통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시간이 돈이 되고 정마저 시간의 정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술에서는, 아니 수필에는 시간이라는 금을 긋지 않고 넘나드는 정이 있어 좋다.
  그런 의미에서 1월호에 실린 13편의 작품 중 姜中九의 <찔레꽃>은 세월을 뛰어넘는 정이 물씬 배어있다. 찔레꽃을 보면 생각나는 어릴 때의 동무, 영이. 손잡고 오솔길 따라 초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라 할 옛정이 마치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순마냥 푸릇푸릇 놓여있다. 순수라는 말조차 몰랐을 그때의 감정들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작가가 맑다는 것일 게고 일찍 시집가서 19살에 출산하다 죽은 동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 있어서가 아닐까.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 글을 따라 추억에, 찔레꽃에 빠진다.
  韓石根의 <부적(符籍)>은 근래 수필계에서 원하는 정보가 있는 글이다. ‘해마다 입시때만 되면 애간장이 타는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로 서두를 시작해 부적의 검증되지 않은 효능과 의미를 말하고 부작(符作)과 부적의 다른 점을 설명한다. 두 가지 다 주술적인 것이지만 부작은 어떤 물건을 이용해 일정한 모양을 만들거나 원형 그대로 사용하며 부적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 것이라는데 그 유래와 종류 등을 기록을 바탕으로 세세히 풀었다.
  인류가 살아온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나 고대의 이집트, 그리스인들도 지녔다는, 알게 모르게 한번쯤은 구경하고 또 간직해봤을 부적. 작가의 말처럼 모든 일의 결과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 믿음이 아니라 위안이나 재미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게 글을 읽은 후 느낀 소감이다. 전체적으로 감성적인 부분이 없어 건조한 느낌이 들지만 지식이 살아있는, 수필이 지향해야할 특징이 있다.
  최상길의 <꼬지래기>는 비를 사랑하는 이야기와 그 이유, 비에 관한 낱말들, 앞으로 남북한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겨레말 큰사전’을 만들기로 했다는 말미까지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게다가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을 골똘히 음미할 수 있어 비를 사랑한다며 찾아낸 많은 낱말은 읊조리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땅에 꽂힐 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꼬지래기. 비가 올 것 같은 징조도 없이 내리는 비, 날비. 이런 단어들은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살픈 설레지 않는가. 신춘문예에 도전해서 예심을 통과하고 결심에 오른 후 소설가가 되리라 작정했지만 연달아 다섯 번을 실패하자 낱말공부에 전념했다는, 그의 진면목이 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나지 싶다.
  <<에세이플러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월평난이다. 타 잡지사와는 다르게 다양한 수필잡지들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좋은 글을 쓰는 수필가를 널리 알린다. 그만큼 수필을 위한 애정이 많다는 이야기다. 모쪼록 심도 있게 봐주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정순인(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 에세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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