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젖은 자는 / 오규원

2007.03.08 01:52

성영라 조회 수:158 추천:29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9 축하해요! file 강정실 2007.02.15 137
208 전통설 세배 이기윤 2007.02.16 131
207 몫을 챙기기를... 김영교 2007.02.16 155
206 봄봄봄 file ,정해정 2007.02.18 121
205 새해 더 행복하세요. *^^* 영인맘 2007.02.19 147
204 <<에세이플러스>>에 축하의 글이... 도반 2007.02.23 198
203 목로주점의 단골이 되리라 성현무 2007.02.25 300
202 고마움 file 정해정 2007.02.28 162
201 연기 / 권귀순 (제 13 회 가산문학상 시 수상자) 성영라 2007.02.28 247
200 <<월간문학>> 1월호 월평 도반 2007.03.01 454
199 바라불고 비오고... 성현무 2007.03.04 190
198 이쁜안부 file 달샘 2007.03.07 150
» 비가 와도 젖은 자는 / 오규원 성영라 2007.03.08 158
196 지난번 이야기 file 오연희 2007.03.08 195
195 바람이 붑니다/나태주 성영라 2007.03.08 279
194 천천히 가는 시계/나태주 성영라 2007.03.09 176
193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을 관람하다, 한국에서 성영라 2007.03.20 194
192 나태주 시인을 뵙다 성영라 2007.03.20 246
191 풀꽃 / 나태주 성영라 2007.03.21 181
190 고향으로 정문선 2007.03.21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