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미국 이름을 지어준 사연

2007.09.06 01:19

성민희 조회 수:350 추천:32

이쁜 '영나' 아차! 또 혼날라~~

이쁜 영라씨!

경상도 가시나 발음 땜에 지 선생님께 야단 맞고 보니 생각나는 에피소드. 내

방까지 오기 힘들까봐 이렇게 찾아왔네요.  고향 떠난지 30년이 다 되건만 갈수

록 더 심해지는 사투리를 어쩝니까? 요새는 방언도 한개의 언어로 쳐준다는데.

그걸로 위안을 삼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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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기 7명이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만난다. 만나서는 늦은 점심 먹

고 커피샵에서 수다 떨다 헤어지는데, 이번 모임은 라구나 비치 호텔에

서 우아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근데 윤경이는 직장 관계로 참석이 어렵

다 하고,  성귀도 한국에서 오는 손님 땜에 못 오겠단다. 두 명이 참석을

못한다니 한쪽으로 김이 빠져 바다로 가는 건 취소하고, 우리 동네에

있는 비치 스파에 가서 벌거벗고 서로의 진실을 보이자는 내 의견에

낄낄거리며 모두들 동의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전화질을 해대야

하는데. 마침 남편이랑 외출하는 길에 전화가 왔다.

"응, 성귀구나. 못 와도 괜찮아. 다음 달에 보면 되지 뭐. 정자 만났다

고?  잘했다.”

성귀랑 정자는 한 동네 사는 덕에 항상 같이 오는데, 이번 모임에 참석

을 못해 미안하다며 경우 바른 성귀가 정자집에 김밥을 사 들고 가서 놀

다 왔단다. 전화를 끊고, 곧 정자한테로 전화를 걸았다.

"오늘 성귀가 놀러 왔담성?  걔는 못 오더라도 정자 너는 꼭 와야 한다.”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남편이 빙글빙글 웃음을 흘렸다.

"너그 친구들 이름이 다 와그렇노?"

정자라는 이름이 촌스럽단 소린가 싶어 대뜸 반박했다.

"와? 정자가 어때서. 그기 뭐가 촌시럽능교?"

" 성기에, 정자에---  난자는 없나? 거기에 난자만 있으면 끝내주는데.

성기가 정자하고 난자 데리고 스파 가면 참 환상적이겠다."

집에 오는 내내 둘이서 마주보며 웃느라고 운전이 비틀비틀.

토요일.  친구들이 스파에 모였을 때 내가 막 고자질을 했다. 음식을

앞에 두고도 먼지가 펄펄 날리도록 모두들 데굴데굴 굴렀다.  

찔끔 난 눈물을 닦으며 정자가 말했다.

"50평생 살아도 내 이름 가지고 그렇게 연상하는 것 처음이다 아이가."

"그기 문제인기라. 니가 와 하필이면 성귀 옆에 살아가지고---"

회장 격인 명자가 웃느라고 벌개진 얼굴로 정색을 하며 나무랐다.  

"성귀!  '귀할 귀'인데 경상도 가시나들 발음이 마, 멀쩡한 아~ 이름을

성기로 바까삐린기라. 가시나 너그들 발음 좀 똑바로 몬하것나."

지엄한 꾸중. 그러나 어쩌랴. 50년 넘게 굳어버린 발음을.

"우짜몬 좋노. 너그 둘 이름만 부를라카몬 자꾸 난자가 생각날낀데."

"이 나이에 이름을 새로 지을 수도 없고--- 할 수 없다. 영어 이름 하나

씩 만들자."

그래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덮어줄 세련된 영어 이름들이 하

나씩 탄생했다.

성기(?)는 스텔라로, 정자는 죠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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