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 〉 | 장자의 齊物論 1 ~ 3 回

2013.10.23 13:39

arcadia 조회 수:1314 추천:52




인문학에 묻다,행복은 어디에 1 ~ 3 回 外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비교정신분석 전문의 이나미 박사는 “정신치료의 목적은 상담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우리의 성장을 위한 큰 자양분임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③ 심리학의 역설 -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동서양의 고전과 철학을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는 마음이다.
이 과녁을 정면으로 겨누는 학문이 있다.
심리학(心理學)이다.
고장 난 차를 끌고서 카센터에 가는 심정이었다.

‘마음 엔지니어’의 진단은 어떤 걸까.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지름길은 어떤 걸까.



23일 서울 강남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52) 박사를 만났다.
그는 심리학 중에서도 칼 구스타프 융 계열의 분석심리학 전문가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따로 없었던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 박사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심리학은 물론
노자와 장자, 주역 등의 동양철학과 세계 종교에 대한 내공도 탄탄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한학자셨다. 어렸을 때부터 동화책 대신 책꽂이에 꽂힌
『논어』를 꺼내서 읽곤 했다.
뭔지 모르지만 재미있었다. 내게 큰 자양분이 됐다. 동양철학을 알수록 서구 심리학의 숲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상담 경험이 풍부하다. 대형병원에 있었을 때는 입원 환자만 100여 명,

개인병원을 연 뒤에도 하루 30~40명씩 봤다. 그걸 27년째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상처 전문가’다. 찌그러진 범퍼만 봐도 치유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에게 ‘마음 심(心)’자를 물었다.
글자에 담긴 아픔과 생채기, 그리고
행복의 코드를 함께 물었다.




- 다들 자신의 마음을 운전한다. 수시로 접촉 사고가 생긴다.
어떡하면 상처를 피할 수 있나.

“나도 허덕이며 애쓰고 있다.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있나. 없다.
마찬가지다. 상처를 안 받는 사람은 없다.
‘나는 지금껏 상처를 받은 적이 없어’
라고 말한다면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 왜 그게 심각한가.

“사람은 다 다르다. 어차피 갈등이 있다. ‘상처를 받지 않았다’는 건
갈등 상황에서 양보를 안 했다는 얘기다.
그럼 상처받을 일이 없다.
대신 주위에 상처를 많이 줬다는 얘기가 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이 박사는 “상처를 받아야 인간이다”고 말했다.
의외였다. 다들 피하려고 난리니까.
특히 요즘 부모들은 자식이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학원에서 행여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나.

그런데 이 박사는 “그래야 사람이다” 고 했다.



- 자식의 상처를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찢어지지 않나.

“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한다. 크면서 장난감을 계속 끼고 살 수는 없다.

어느 순간에는 그걸 버려야 한다. 그럼 그게 아이한테 상처일 수 있다.

그렇다고 30세, 40세까지 장난감을 안고 살 건가. 그럼 어른이 안 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통증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 박사는 그걸 성장통이라 했다. 작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통(痛·아픔)’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 “아프다”고 소리치며
피하려 한다. 그는 달랐다. ‘통’이 아니라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반장 선거철이다. 부모는 대개 아이가 반장이 되길 바란다.
떨어지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꼭 될 거야’라고 위로한다.
이번이든, 다음이든 반장이 되는 것에 중심을 둔다. 그게 아니다.
반장에서 떨어진 아이가 받는 실망과 상처에도 큰 의미가 있다. 그걸 아이가 이겨낼 때 얼마나
대견한가.
그런 슬픔과 고통을 겪으며 아이가 성장하는 거다. 그걸 부모가 알아야 한다.”



- 그걸 아는 게 왜 중요한가.

“가령 몸에 종기가 났다고 하자. 어떤 이는 면역세포가 종기를 잡아먹어서 저절로 없어진다.
어떤 사람은 수술을 해서 없앤다. 또 어떤 사람은 종기 때문에 패혈증이 와서 목숨을 잃는다. 그런 차이가 생긴다.”



- 왜 그런 차이가 생기나.

“면역력 때문이다.”



- 어떡해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나.

“예방주사 맞는 거랑 똑같다. 결국 항원이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필요하다.
그게 항체를 키우는 원인이다. 몸에도 항원이 필요하지만 마음에도 항원이 필요하다.”



- 그 항원이 뭔가.

“자잘한 상처들이다. 우리가 삶의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겪고, 이겨낼 때 항체가 생겨난다.
그건 다음에 닥쳐올 더 큰 상처를 이겨내는 항체가 된다. 이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상처가 그저 상처만은 아니다.
고통 자체가 우리를 성장시키는 큰 자양분임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박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종갓집 맏며느리다. “시집을 갔는데 제사가 1년에 12번이었다.
매달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만들다 보면 진이 다 빠졌다. 가장 큰 고통은 퇴근해서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것이었다.
일하는 아줌마도 부르지 않았다. 병원일보다 집안일이 더 힘들었다.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소연을 했더니 친정 어머니는 “걸레가 도 닦는 도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 박사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걸레질이 내겐 수행이다. 이걸 통해 내가 성장한다.” 그랬더니 달라졌다. 쌓인 빨랫감을 봐도 예전처럼 짜증이 나지 않았다.
집안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그러나 고통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는 확신이 들자 고맙게 느껴졌다. 고통을 대하는 눈이 달라진 거다.
“지금은 제사음식 전문가가 됐다. 웬만한 집안일은 스트레스 없이 해치운다. 내가 그렇게 성장한 거다.”



사람들은 대개 나무의 상처 없는 성장에만 매달린다. 게다가 더 높이 키우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융 학파는 성장보다 깊이를 중시한다.
“땅 위의 나무는 아름답다. 잎도 있고, 꽃도 피고, 새가 둥지도 튼다. 그런데 땅 속은 캄캄하다. 벌레도 많고, 바위투성이에, 공기도 희박하다.
그래도 뿌리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뿌리로 내려간 만큼 위도 자라는 거다. 그래야 나무가 건강해진다.”



- 외적인 성장보다 내적인 깊이를 중시한다. 융 심리학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런데 끝이자 다시 시작이라는 거다. 융 심리학은 삶을 나선형의 순환이라고 본다.
A라는 상처가 치유됐다. 그게 끝인가. 아니다. B라는 상처가 다시 온다. 아니면 A2라는 상처가 오든지.”



- 예를 들면.

“가령 내가 애인이랑 헤어졌다. ‘이게 끝인가? 그럼 나는 죽어야 하나?’가 아니다.
그 애인이랑 한 채프터(章) 가 끝난 거다. 그리고 또다시 한 채프터가 시작하는 거다.
‘난 다시는 연애를 안 해’라든지, ‘다른 애인을 찾을 거야’라든지. 엄청난 성공을 해도 마찬가지고, 어마어마한 실패를 해도 똑같다.
삶의 한 채프터가 끝날 뿐이다. 그럼 굉장한 성취를 한 뒤에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 그게 회복력이다. 이걸 모르면 우울증이 온다.”



- 그럼 융은 무엇이 행복이라고 했나.

“영어로 얘기하면 더 명쾌하다. 플레저(Pleasure)와 해피니스(Happiness), 그리고 조이(Joy)가 있다.
‘플레저’는 감각적인 쾌락이고, ‘해피니스’는 정신적으로 기분이 좋은 거다. 그리고 ‘조이’는 깊은 깨달음의 즐거움이다.”



- 셋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플레저’는 케이크를 먹는 것과 같다. 첫 한 입은 정말 맛있다. 그런데 열 입쯤 먹으면 질린다.
케이크 열 개를 먹으라면 다들 죽을 거다. 섹스도 그렇고, 마약도 그렇다. 모든 즐거움이 다 그렇다.
‘해피니스’를 강조하려면 코미디를 많이 보면 된다. 그런데 ‘조이’는 전제가 있다. 바로 고통이다.
깊은 고통을 통과해야 조이를 얻는다. 그래서 조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쁨이 나의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럼 어떡해야 행복해지냐?”는 물음에 이 박사는 답을 했다.
“사람들은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헛소리라고 본다. 우리는 행복한 동시에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둘 다 가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는 거다.
불행이 없으면 행복이란 개념도 없는 거다. 관건은 어떡하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가 아니다.
내 안에 이미 있는 행복과 불행을 얼마나 잘 볼 수 있느냐, 잘 꾸려갈 수 있느냐다. 그게 핵심이다.”



이나미 박사 = 서울대 의대 박사.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 석사를 취득했다.
뉴욕 신학대학원 목회신학 강의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외래 부교수, 한국 융 연구소 교수, 이나미 라이프 코칭 대표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오십후애사전』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 등이 있다.



  • 이나미 박사의 추천서








  • “상담자에게 당신이 하는 일은 주로 뭔가?”라고 물었다. 이나미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상담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전체를 못 본다. 그 안에 빠져서 일부만 본다.
    분석가는 상담자의 뒤, 다시 말해 그림자를 보게 해주는 거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어땠나, 그 사람과 과거의 남자친구는 어떻게 다른가,
    또 부모님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이렇게 묻다 보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개의 문이 마구 생겨난다.
    상담자는 그런 문들을 통해 다시 사건을 바라보고, 결국 자신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성과 감정, 동양과 서양, 불교와 기독교 등 과학과 종교의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준 책들”이라며 추천서 세 권을 꼽았다.



    ◆ 노자와 융(이부영 지음, 한길사) = 형식과 출세, 문명과 지식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자와, 역시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중시한 융을 함께 공부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 매여 진짜 자기의 행복을 억압하곤 한다. 이런 태도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파도가 바다다(빌리기스 예거 지음, 양태자 옮김, 이랑출판사) = 저자는 독일의 신부이자 참선 마이스터다.
    가톨릭의 신비주의적 전통과 동양의 선불교를 깊이 공부했다. 지금은 독일 뮌스터에서 명상센터를 열고 있다.
    그의 사상을 요약한 책이다. 자아와 욕망을 붙들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아우성치는 한국인에게 권하고 싶다.



    ◆ 과학과 종교 : 과연 무엇이 다른가(알리스터 맥그레스 지음, 정성희·김주현 옮김, 도서출판 린) =
    과학주의와 근본주의, 그리고 도그마에 빠진 교파적 종교를 극복하는 데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관점의 종교성과 과학 패러다임을 비교 분석한다. 내가 갖고 있는 진리에 대한 좁은 견해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준다.


    - 중앙일보 | 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08.27


















    “어떤 이미지를 원하나?” 라는 물음에 뇌 영상을 만지던 김대식 교수는 “미친 과학자” 라고 답했다.

    그만큼 그는 인간의 바닥을 보고 싶어 하는 철학자이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행복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근 ‘치유(힐링)’ 에 이어 행복에 대한 갈망이 증폭
    되고 있다.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는 뜻이다. 서점가에는 행복을 다룬 책들이 인기다. 프랑스 소설 『꾸베씨의 행복여행』이 베스트셀러로 읽히고 있다.

    순간적 위로를 넘어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사실 행복은
    인류의 변함없는 소망이다.
    그런데 왜 요즘 ‘행복 증후군’이 떠오른 걸까.
    국내 인문학 고수들의 현실 진단과 행복론을 들어본다.







     
    ② 뇌과학의 메시지 -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문제는 뇌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슬픔도, 행복도 뇌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자아, 혹은 세계라고 믿는 것은 모두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일 수
    있다.
    사람의 기억조차 조작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단순히 SF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에 대한 탐구는 결국 뇌의 실체를 찾는 작업과 다름 아니다. 요즘
    서점가에 뇌과학 책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 뇌과학은 인문학일까, 아니면 자연과학일까. 이른바 융합의 시대, 둘의 구분은 무의미할 터다.



    뇌과학자인 김대식(46·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문학에 행복의 길을 묻는 기획이다. 뇌과학자로서 당신은 여기에 답할 수 있나?”
    그는 “뇌과학은 자연과학인데…”라며 잠시 망설였다. 곧장 질문을 던졌다. “뇌과학에선 ‘상처’를 어떻게 보나?”
    김 교수는 “뇌과학자는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세계를 일종의 전기적 신호로 본다. 다시 말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뜻밖이었다. 그건 “세계가 정말 존재하는가” “자아가 있는가, 없는가” 라는
    철학의 궁극적 물음과 통하는 답이었다.
    요즘 뇌과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물며 ‘첨단을 달리는 인문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슴을 겨누었던 인문학이 가슴 대신 뇌를 문제 삼는 뇌과학 앞에서 ‘헤쳐 모여’를 하고 있다.

    14일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젊고, 열정이 넘쳤다.




    -뇌과학이란 창문을 통해서 ‘상처와 치유, 행복’을 알아보려 한다.
    먼저 뇌과학이 뭔가.

    “철학적 질문을 실험을 통해 짚어가는 거라 생각한다.”



    김 교수는 12세 때 독일로 갔다.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처음에 그의 관심은 인공지능이었다.
    학부생 때 몇 달씩 밤을 새며
    ‘탁구 치는 로봇’을 만든 적이 있다. “공을 딱 쳤는데 30초가 지나자 로봇이 헛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고민했다. 어린 아이도 하는 걸 기계는 왜 못할까. 거꾸로
    기계에게 너무 쉬운 ‘2870억×3876’같은 걸 인간은 왜 못할까.
    인공지능보다
    자연지능을 먼저 알아야겠다 싶었다.” 결국 그는 뇌과학으로 전공을 돌렸다.



    -뇌 안에는 무엇이 있나.


    “나도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가 뇌를 직접 봤다.
    그때 가장 신기했던 게 뭔지 아나. 신기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게 없다. 무슨 뜻인가.

    “뇌는 그냥 머리 안에 들어있는 1.5㎏짜리 고깃덩어리였다.
    눈으로 보면 진짜 그런 덩어리다.
    생각과 감정, 지각이 그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우리의 가설이다.
    그런데 뇌를 아무리 잘라보고, 해부해 봐도 없었다.
    영상도 없고, 소리도 없고, 자아도 없었다.
    그냥 세포들이었다. 뇌가 심장에 있는
    세포와 다른 점은 각각의 신경세포들이 수천 개, 수만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 신경세포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소통을 하고 있다.”



    -뇌는 어떻게 세상을 알아채나.

    “우리가 꽃밭을 보고 있다. 그럼 빛이 망막으로 들어온다.
    빛은 전기적 신호로 바뀐다. 그리고 뇌에 전달된다. 뇌는 형체를 알아본다.

    그럼 마지막에 ‘빨간 장미’라는 것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도
    빨간 장미가 나타나는 그 마지막 부분은 설명이 안 된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것이 뇌가 작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다.

    나는 뇌가 지능과 정신, 감정을 만든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뇌에서 감정을 만든다고 했다. 그럼 뇌과학은 ‘상처’를 뭐라고 보나.

    “나는 뇌가 자신의 주된 기능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상처’가 생긴다고 본다.”



    김 교수는 뇌과학을 고고학에 빗댔다. 2000년 된 도시를 들여다보면
    길이 누더기처럼 엉망이다.
    그렇지만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길이 생길 때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거다. 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교뇌 · 중뇌 · 대뇌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차례대로 생겨났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예전의 생명체들이 가졌던 뇌 구조를 대부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생겨난 게 현재 생존을 위한 뇌(교뇌)다.
    눈 앞에 맛있는 게 있으면
    그냥 먹는 거다. 그 다음에 생겨난 게 과거 위주의 뇌(중뇌)다.
    여기에는 예전의
    경험과 경험마다 매겨둔 가치가 입력된다. 그래서 좋다, 나쁘다, 선하다, 악하다를 구별한다.
    가장 뒤늦게 생겨난 게 대뇌피질이란 미래예측의 뇌(대뇌)다. 이게
    용량도 가장 크고, 중요도도 가장 높다.
    그래서 인간은 현재의 상태,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



    그는 대뇌피질의 미래 예측이란 주 기능이 외부의 데이터와 어긋나면
    상처가 생긴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나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누가 와서 ‘너 바보야’라고 하면 상처를 받는다.
    ‘나는 똑똑하다’는 예측과 ‘너 바보야’라는 외부의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 그럼 이 상처를 어떻게 풀 수 있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가 똑똑하지 않구나’하고 내가 만든 모델을 바꾸는 거다. 그럼 외부의 데이터와 일치하게 된다.
    또 하나는 ‘저 사람 말이 틀렸다.
    나는 똑똑하다’라며 바깥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무시하는 거다.”



    -모델과 데이터, 결국 둘 중 하나를 바꾸는 건가.

    “맞다. 재미있는 건 과학에선 대부분 나의 모델을 바꾸라고 말한다.
    그런데 뇌는 거꾸로 한다.
    외부의 데이터를 무시하는 경향이 오히려 강하다.
    왜 그럴까. 나의 모델은 수십 년에 걸쳐서 차곡차곡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그게 바로 ‘에고(ego)’인가.


    “그렇다. 어렸을 때 우리는 데이터를 따라서 모델을 계속 바꾼다.
    그걸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나의 모델은 안 바꾸고 외부의 데이터를 바꾸려 한다. 그게 완고해지는 거다.”



    -어떤 게 효과적인가. 모델을 바꾸는 건가, 데이터를 바꾸는 건가.

    “처음에는 나의 모델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존재성이 생긴다.
    불일치 하는 데이터가 한두 번 들어와도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 데이터가
    계속해서 들어온다고 하자.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적당한 순간부터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 이걸 잘하지 못하면 상처를 자주 받거나, 상처를 오래 받는 사람이 된다.”



    - 그럼 나의 미래예측과 외부 데이터가 일치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나.

    “상처가 치유될 때 예측과 데이터는 일치한다. 그런데 우리가 ‘행복’이라고 말할 때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만족감이다. 배 부르고, 편하게 쉴 수 있고, 내가 예측한 것과 세상의 메시지가 일치해서 돌아가는 거다.
    그때는 아픔도 없고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건 만족이지,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럼 행복이란 어떤 건가.

    “지금 나의 상황이 만족스럽다고 하자. 그럼에도 일치하던 세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불일치하게 만드는 거다.
    이때는 외부에 의한 수동적 불일치가 아니다. 나의 주도에 의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불일치다.
    그걸 통해 새로운 레벨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시 일치를 향해 가는 거다.”



    김 교수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들은 영국에서 먹고 살만한 인생들이었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불일치를 만든 것이다.



    “저 산에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도전하고, 정상에 오르고, 만족을 느끼는 거다. 그 다음엔 또 다른 불일치를 찾아 간다.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과 나의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그걸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이 행복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주도’ ‘내가 원하는 방향’ ‘스스로 만든 불일치’가 중요하다. 창의적인 행복은 변화를 동반한다.”



  • 김대식 교수의 추천서









  • “뇌과학자로서 당신이 서있는 마지막 낭떠러지는 어디냐”고 물었다.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이 마지막에 풀어야 할 것은 결국 철학적 문제다. 뇌라는 물질이 어떻게 정신이란 비물질을 만들어낼까.
    그게 정말 있는 건가, 아니면 없는 건가. 정신이란 게 없다면 단순히 우리의 착각인가. 이런 물음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읽으면 재미있고, 우울해지거나 행복해지는 스토리들”이라며 뜻밖에도 과학서가 아닌 소설책 세 권을 추천했다.
    소설만큼 세상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 계속되는 이야기(세스 노테봄 지음, 김용주 옮김, 이레)=여행작가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세스 노테봄의 대표 소설. 철학 선생님이 어린 학생을 사랑했다.
    너무 어리고 아름답기에 ‘영원함’이라는 단어를 감히 쓸 정도였다. 학생은 교통사고로 무의미하게 죽는다.
    먼 훗날 자신이 죽는 날, 선생은 학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픽션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단어들의 모든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무한개의 책들을 보관한 도서관이 있다면.
    그 어딘가에 존재에 대한 모든 비밀을 푸는 정답이 적혀있지 않을까. 보르헤스의 『픽션들』중 ‘바벨의 도서관’ 이야기다. 작가는 존재의 원리와 그 비밀을 묻는다.



    ◆ 만약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영어 제목 If on a Winter’s Night a Traveler, 이탈로 칼비노 지음)=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한번 상상해보자. 오랜만에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책 내용이 중간에 갑자기 끊긴다면.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주인공은 책 원본을 찾아 전세상을 떠다닌다.
    인생은 결국 무엇일까. 이탈리아 대표작가 칼비노는 인생을 끝나지 않는 스토리로 바라본다.



    ◆ 김대식 교수=1967년생. 12세 때 부모를 따라 독일로 갔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심리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막스플랑크 뇌연구소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현재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로 있다.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 중앙일보 | 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08.20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만난 한형조 교수. 그는 “흔히 유학을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

    하지만 유학은 우리의 현실 문제에 대해 매우 친절하고 사무치게 일러준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행복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근 ‘치유(힐링)’ 에 이어 행복에 대한 갈망이 증폭
    되고 있다.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는 뜻이다. 서점가에는 행복을 다룬 책들이 인기다. 프랑스 소설 『꾸베씨의 행복여행』이 베스트셀러로 읽히고 있다.

    순간적 위로를 넘어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사실 행복은
    인류의 변함없는 소망이다.
    그런데 왜 요즘 ‘행복 증후군’이 떠오른 걸까.
    국내 인문학 고수들의 현실 진단과 행복론을 들어본다.







     
    ① 공자 · 노자의 자기혁신



  • 설탕 같은 위로 넘치는 시대 … 우리 모두 당뇨병 걸릴 지경

  •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형조(54·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학·철학) 교수를
    만났다.
    전통찻집에서 마주 앉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시선은 깊었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학자의 언변보다 수도자의 침묵과 문답을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그에게 동양학과 고전은 경전이었고, 일상은 이를 체득해가는 도장이었다.
    한 교수는 동양학의 언어로 상처를 정의하고, 치유를 매만지고, 행복의 실타래를 풀었다.




    -지난 2~3년 위로와 힐링이 쏟아졌다. 유학에도 그런 코드가 있나.

    “유학에는 위로가 없다. 유학은 신랄하다.
    유학은 성찰의 학문이지,
    위로의 학문이 아니다. 그래서 상처에 대한 접근도 다르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결국 고통이 생기고, 우리는 비명을 지른다.
    동양철학에선 ‘상처’를 무엇이라 표현하나.

    “완고함이다. ”



    -완고함이라. 무슨 뜻인가.

    “내가 갖고 있는 고집과 편견을 말한다. 그게 완고함이다. 이런 고집과 편견의
    토대가 사(私)적 자아다.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사태를 자기를 축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인간의 오래된 습성을 말한다. 이게 굳어진 것, 그게 완고함이다.”



    뜻밖이었다. 우리는 흔히 상처는 외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 교수는 외부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아니라 내 안의 완고함을 지적했다.

    왜 그럴까. 그는 “사람들은 주위로부터 당한 것을 상처로 여긴다.
    그런데
    유학은 ‘자기 중심적’이라는 속성이 상처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본다.

    강한 자기 중심이 더 강한 상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를 당뇨병 환자에 비유했다.

    “요즘 위로가 너무 넘친다. 설탕을 너무 투여해서 당뇨에 걸릴 지경이다.

    유학은 쓰다듬고 손을 잡아주는 것을 일시적 효과라고 본다.”



    - 너무 혹독하지 않은가.

    “유학에선 위로를 ‘진통제’ 혹은 ‘따뜻한 속임수’로 봤다.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마사지라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풀렸던 어깨는
    다시 뭉치게 마련이다. 그렇게 마음도 다시 뭉치는 거다.”



    - 그렇게 뭉친 마음을 어떻게 치유하나.


    “유학은 내가 받은 상처, 타인에게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자연과 운명의 거대한
    손 안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본다.
    그걸 어쨌든 수용할 수밖에 없고, 또
    수용해야 한다고 봤다. 천리(天理)라고 할 때 ‘리(理)’자 속에는
    수많은 역사와
    사회 운명이 포함돼 있는 거다. 누구나 그걸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다.

    그럼 무엇이 관건인가. 이걸 어떻게 타개하느냐. 그게 관건이다.”



    -어떤 식으로 타개하나.

    “문제의 중심에 자기가 있다는 거다. 그게 중요하다.
    환경은 어떤 일을 구성하는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거다.
    나머지 3분의 2는 내게
    달렸다고 본다. 잘나가다가도 유배를 가는 선비의 경우는 역사 속에서 다반사였다.
    이때 유배를 가는 상황은 3분의 1, 나의 대응은 3분의 2에 해당한다. 여기서
    필요한 게 자기혁신이다.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그걸 통해 나의 맷집을
    키우는 거다. 힐링도 마찬가지다.
    ‘그 자식 참 나쁜 놈이지?’ 하는 맞장구는 위로는 주지만 맷집을 키우진 못한다. 그래서 유학은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다.”



    이말 끝에 한 교수는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니체는 ‘(상처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를 키울 것이다’고 했다. 상처를 대하는 유학의 눈도 그렇다.”



    이건 부모들의 자식 교육법에도 고스란히 통하는 팁이었다.
    요즘 부모들 열에 여덟, 아홉이 자식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전전긍긍한다.

    한 교수는 “그게 아니다”고 했다. “부모가 아이를 더 크게 성장시키려면 모든 걸
    갖추어주는 배려는 독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결핍을 허용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걸어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인류사의 모든 문명은 결핍에서
    성장하고 풍요에서 쇠퇴해갔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상처에 대한 치유는 어디서 시작되나

    “눈앞에 펼쳐진 사태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차갑게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질 못한다.
    사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나의 관심과 편견
    때문에 아주 좁은 길로 자신을 투영해서 본다.
    인간의 모든 불행과 상처가
    여기서 출발한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치유가 시작된다.”



    -왜 그런가.

    “자기중심성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자도 똑같이 말했다.”



    -장자는 뭐라고 했나.

    “우물 안에서 개구리가 잘 놀고 있었다. 어느 날 자라가 왔다.
    개구리는 ‘여기가 얼마나 해피한 인생인지 모를 거다.
    안으로 들어와 보라’고 했다. 자라가 들어가려다 다리가 걸려서 못 들어갔다. 대신 자라는 바다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다는 하도 넓어서 수평선 끝이 안 잡힌다. 우(禹)임금 때는 10년 동안 아홉 번이나 홍수가 났지만 그 물이 늘어나지 않았고,
    탕(湯)임금 때는 8년 동안 일곱 번이나 가물었지만 그 물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 안에 엄청난 생명이 살고 있다.’

    그러자 개구리 왈. ‘뻥 치고 있네.’ 우물 안 개구리, 다시 말해 자기중심성. 그게
    모든 병의 근원이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깰 것인가다.”






    왼쪽부터 공자, 노자, 장자.



    -동양철학에서 그걸 깨는 비법은 뭔가.

    “노자와 장자는 ‘자망(自忘)’이라고 했다. ‘너 자신을 잊으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잊을지 구체적 훈련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훈련법이 가장 풍부한 건 불교다. 대신 출가자를 위한 전업 훈련법이 많았다.

    반면 유학은 일상 속의 훈련법을 제시했다. 노장과 불교, 그리고 유학의 기본 구도가 똑같다는 게 신기하다.”



    - 그게 어떤 구도인가.

    “너의 상처는 너의 좁은 자아로 인해 생긴 거다. 좁은 자아를 깨라.
    사회적 악이라는 것도 너의 작품이다.
    너 같은 자아가 충돌해 생긴 거지,
    다른 사람이 준 것이 아니다. 네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그래야
    네 상처도 치유되고,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

    너는 피해자만이 아니고 가해자이기도 하다. 동양철학은 이렇게 말한다.”



    -선비들은 어땠나 .

    “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문안하고, 독서와 명상을 했다.

    아침부터 잘 때까지 일과표를 만들어 내가 천리(天理)와 함께 있으려 노력했다.
    그게 자아를 깨는 것이었다.”



    - 그 중 핵심이 뭔가.


    “독서와 명상이다. 그걸 통해 궁리(窮理 · 이치를 곰곰이 따져보며 연구함)를 했다.
    맹자는 말했다.
    ‘개나 닭이 집을 나가면 온 동네 사람을 풀어서 찾는데, 마음은
    잃어버려도 찾을 생각을 않는다.’
    가령 손가락 중 무명지가 굽어졌다고 하자.
    사람들은 용한 의사를 찾아 미국이라도 달려가고, 집을 팔아서라도 손가락을
    고친다.
    그런데 마음은 굽어져도 고칠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고전을 보고,
    경전을 보며 궁리를 하는 거다. 굽어진 마음을 펴기 위해서 말이다.”



    - 그렇게 궁리를 하다 보면.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분야에 필요한 지식을 바닥
    까지 파보는 사람이 없더라. 그게 충격적이다.’
    잡스는 궁리를 했다. 궁리를 하면 바닥까지 가게 된다. 그래야 사태를 제대로 알 수 있고, 진정한 혁신도 나오는 거다.”



    -상처와 치유, 다음은 행복이다.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행복은 뭔가.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주자학자의 눈으로 요즘 한국인을 보면 ‘노(怒·분노)’와 ‘애(哀·슬픔)’가 주축이다.
    ‘희(喜·기쁨)’는 없다. 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평이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 코드는 ‘노’와 ‘애’에서 ‘희’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우리 삶에 ‘희’가 자리 잡을 때 ‘노’와 ‘애’는 별로 문제가 안 된다.”



    - 그런 행복을 어떻게 일굴 수 있나.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고 했다.
    아무리 소유 양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고, 50대 사춘기가 오고, 정년 퇴직을 하게 되면 존재 양식을 감지하게 된다.”



    한 교수는 “존재 양식은 충만감” 이라고 요약했다. 이게 없으면 행복에 구멍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막연히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존재 양식이 마련되지 않으면 불안과 결핍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훌쩍 넘어서 유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게 나의 행복과 직결된다. 결국 인문학과 치유, 행복이 같은 코드다.”



    한형조 교수 =
    경북 영덕 출생. 경남고와 서울대 철학과 졸업.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있다. 동양철학과 고전에 능통하다.
    옛 고전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불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 『왜 동양철학인가』 『왜 조선유학인가』 『조선유학의 거장들』 『붓다의 치명적 농담』 등.



  • 한형조 교수의 추천서









  • 유학은 일상의 철학이다.
    한형조 교수가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추천
    한 책들이 그렇다. 그는 “고민 고민하다가 딱 세 권을 골랐다.
    그런데 정작 유학서가 없다” 며 껄껄 웃던 그는 “그래도 이 책들에는 유학의 엑기스가 녹아 있다” 고 했다.
    다음은 각 책에 대한 한 교수의 추천 사유.



    ◆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물병자리) =

    정현종 시인이 서문에다 ‘혼자 구원받기 미안해서 번역한다’고 쓴 책이다.
    불교의 팔만대장경 핵심을 잡아서 현대적 언어의 대화체로 풀었다. 아주 얇은 책이다.



    ◆ 마음의 철학(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강분석 옮김, 사람과책 )=
    제목은 다르지만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유교에 수많은 경전이 있지만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이 그 핵심 코드를 담고 있다.
    번역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 대승기신론 소·별기(은정희 지음, 일지사) = 방대한 불교의 간략한 설계도다.

    나는 이걸 ‘구원의 설계도’라고 부른다. 어렵다면 영역본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 스즈키 선사의 영역본 『The Awakening of Faith: The Classic Exposition of Mahayana Buddhism』이 쉽고 명쾌하다.



    - 중앙일보 | 백성호 기자 / 권혁재 기자 | 2013.08.13
















     
    “내 삶에 르네상스를” 인문학에 길을 묻다



  • CEO·법조인·공직자 … 숨가쁘게 달려온 리더들 “일에만 매달렸던 인생 성찰”









  • 한국 사회가 ‘인문학’이라는 거울 앞에 섰다. 기업 이익에 일생을 바친 한국 중년 남성들이 그 앞에서 고백한다.
    “지난 30년간 신제품, 매출과 점유율 같은 숫자에만 매달려 왔다.”(최창수 삼성SNS 대표)
    “회사의 비전과 목표는 있는데 나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이냐고 조직 구성원들이 묻는다.”(허영호 전 LG이노텍 대표이사)



    사회의 판결자 역할을 해온 법조인들의 성찰도 절절하다.
    “늘 죄지은 자의 간계함과 음습함을 대하며 살면서 나도 모르게 냉정하고 메말라졌다.”(박용석 전 대검 차장)
    “내가 내리는 판단의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간다.”(김동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들은 지난해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을 마치며 제출한 논문 ‘나와 인문학’에 이같이 적었다.
    4개월간 데카르트(사진 왼쪽)·한용운(가운데)·마키아벨리(오른쪽) 등 문학·철학·역사 강의를 들은 후 나온 자기 발견이다.
    60대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내 남은 삶에도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려 한다”며 피렌체로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났다.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경영인·공직자 대상의‘르네상스 시대와 창조 경영’ 강의를 들은 후였다.



    인문학 공부에 빠진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20~30대 직장인 은 동유럽 철학자의 강연에, 중년 주부는 박물관의 역사 수업에 몰려든다.
    선진국을 맹렬히 좇는 ‘추격자’로 살아온 우리 사회가 인문학이라는 쉼표를 만나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 중앙일보 | 심서현 기자 | 2013.08.18

























    북명(北冥)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이 곤(鯤)이다.

    곤(鯤)의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하늘로 올라서

    붕(鵬)이라는 이름의 새가 되는데, 붕의 등이 몇 천리인지 아무도 모른다.

    붕(鵬)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하늘의 연못인 남명(南冥)으로 날아간다.



    기이한 일들을 기록한 《제해(齊諧)》에 따르면 붕(鵬)이 남명(南冥)으로

    옮아갈 때 물은 3천리를 솟구치고, 바다의 태풍을 타고 위로 9만 리를 오르며,

    6개월을 날고서야 쉰다.…<중략>… 쓰르라미와 새끼비둘기가 그것을 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힘껏 날아올라 느릅나무에 이르는 것이 고작이다.

    때로는 거기에 닿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지고 만다.
    뭐 하러 구만리나 날아 남으로 간다는 말인가?”



    장자 《소요유》의 명문이지요. 원래 작은 물고기 알을 가리키는 ‘곤’을

    거대한 생선 이름으로 쓴 것에서부터 여러 철학적 문제를 던지는, 시원하고
    큰 글이지요.
    - 발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805호 (2013-09-12일자)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 대붕의 꿈에서 나비의 꿈으로 ·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 번역










    김정탁 한국언론학회 회장.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중앙일보에서 3년간 기자로 일했다.
    미국 미주리대학 박사.
    저서로는 『禮와 藝 : 한국인의 의사소통 사상을
    찾아서』 『노장·공맹, 그리고 맥루한까지』
    『玄 : 노장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있다.










    “지도자는 짧은 말에 메타포 담아 핵심 찔러야”



    1970년대 말 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더니 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대학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싶었다. 저널리즘 스쿨로
    유명한 미주리대학을 선택했다.
    거기서 제대로 된 서양 커뮤니케이션 학문을 연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친다.
    그런 그가 언제부턴가 노장(老莊)사상에 빠지더니 최근에는『장자(莊子)』의 핵심 부분인 ‘제물론(齊物論)’을 번역한 책
    『장자 제물론, 대붕의 꿈에서 나비의 꿈으로』 을 냈다. 김정탁(59)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의 얘기다.
    소통 부재의 시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소통’의 의미가 뭔지를 묻기 위해 지난달 28일 김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장자에 빠져든 이유가 궁금하다.

    “서양 커뮤니케이션은 기능적인 면을 중시한다. 어떻게 하면 사실을 보다 객관적
    이고 명료하게 전달하느냐를 가르친다.
    그러나 소통은 논리로 되는 게 아니다.
    말로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이길 수 있지만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우리 현실에 맞는 더 높은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구하는 과정에서 유(儒) · 불(佛) · 선(仙)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전통사상을 만났고,
    그 사상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당연히 동양 사상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서양의 커뮤니케이션과 동양의 그것이 다르다는 얘기인가.

    “서양은 표현 수단을 입에 국한하고 있는 반면, 동양에서는 몸가짐도 중요한
    소통의 통로로 본다.
    어른 앞에서 어떤 몸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길을 걸을 때
    어떤 모습으로 걸어야 하는지 등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인 것이다.
    『예기(禮記)』와 같은 책은 사실 커뮤니케이션학이라고 봐도 된다.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오랫동안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해왔고,
    또 이것을 가능케 하는 사상적 근거가
    분명히 있었다. 서양 이론으로 우리 마음속 소통을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장자의 제물론에 ‘큰 지혜는 여유롭고(大知閑閑),
    작은 지혜는 촘촘하다(小知間間)’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몸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큰 지혜를 지닌 사람은 깨어 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나 여유롭고 담담하다.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려 하지 않고, 누구를 이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여유로운 것이다. 그러나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꼼꼼하고 세세한 듯하지만 조금 놀라면 안절부절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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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 Bear Creek Trail [1] 유봉희 2008.12.30 1689
    공지 Earth and Environment arcadia 2009.01.06 1502
    공지 산와킨강 · San Joaquin River-&-Wallnut [1] 유봉희 2008.10.25 1856
    공지 [KBS 시가 있는 음악세계] 소금화석 [1] Amellia 2007.06.07 1902
    공지 내 별에 가다 [1] 박영호 2006.09.30 1863
    99 한반도 문명기원 2 · 바다를 품은, 반구대암각화 arcadia 2013.08.02 4830
    98 레브룬 | ‘오보에 협주곡’ no.1 in D minor arcadia 2013.08.11 470
    97 Big Questions ·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1 - 4 回 arcadia 2013.08.17 464
    96 Big Questions · 〈삶은 의미있어야 하나〉 5 - 8 回 arcadia 2013.08.17 784
    95 Big Questions · 〈우리는 누구인가〉 9 - 12 回 arcadia 2013.08.17 930
    94 드뷔시 | ‘아라베스크’ · Arabesque 1 - 2번 arcadia 2013.08.23 7925
    93 人體, 그 限界 넘어 (Human Body - Pushing the limits) [2] arcadia 2013.09.08 8869
    92 Big Questions ·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13-15回 -up arcadia 2013.10.04 778
    91 『위대한 바빌론』 · Babylon the Great · 2 부작 arcadia 2013.10.17 1705
    90 〈儀軌 八日間의 축제〉 3부작 | 역사스페셜 外 arcadia 2013.10.18 1172
    89 Memento Mori · Carpe Diem | 淡泊寧靜 arcadia 2013.10.23 578
    » 〈인문학에 묻다 〉 | 장자의 齊物論 1 ~ 3 回 arcadia 2013.10.23 1314
    87 〈인문학에 묻다 〉 · 행복은 어디에 4 ~ 8 回 arcadia 2013.10.23 524
    86 AVATAR · 아바타 arcadia 2013.10.27 460
    85 찻잔에 머무는 가을 香 arcadia 2013.10.27 8881
    84 이루마 - River Flows in You 유봉희 2014.01.12 7397
    83 용재오닐 - Canto Antigo 유봉희 2014.01.12 209
    82 Enya - Caribbean Blue 황영심 2014.01.12 200
    81 Beethoven - Spring Sonata 2nd movement Adagio molto expressivo 유봉희 2014.01.15 263
    80 Asian Art Museum -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 유봉희 2014.01.15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