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16
전체:
1,291,917

이달의 작가
2015.07.07 02:45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조회 수 1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위안부 할머니시여   -                                                            

 

산책길에

넘어져 있는 늙은 나무 한 그루

둥치가 들린 채 벌렁 누워있다 

 

뿌리들 사이로 삐져나온 지하수 파이프는

둥치를 깊숙이 관통한 채

꽂혀 있는 닙본도(日本刀)

 

살아 있는 심장에 찔러 넣어

죽어도 빠지지 않는 칼날을 붙잡고

아, 아직 피를 토해내고 있는

몸부림치는 소리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한마디만 해 달라 그리 외쳐대는데

인두겁을 쓴 저 짐승들

끝까지 짐승으로 남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발걸음만 재촉하며 돌아가는데

삐죽 솟은 지하수 파이프 위에는

다람쥐 한 마리 올라앉아 있고

나무는 이제 곧

토막토막으로 잘려나가 사라질 모진 생

눈물겨울 뿐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7 휘트니스 센터 1 오연희 2005.07.20 844
216 휘둘리다 오연희 2006.08.23 739
215 황금빛 사막 오연희 2017.09.19 175
214 화이트 랜치 공원에서 1 오연희 2004.12.08 621
213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2014.11.26 294
212 해부 오연희 2004.09.15 669
211 해변에서 2 오연희 2003.08.05 715
210 해변에서 1 오연희 2003.08.05 604
209 해변에서 오연희 2005.08.03 709
208 해를 보내며 1 오연희 2004.11.03 883
207 해 바라기 file 오연희 2004.09.29 786
206 한해를 보내며 오연희 2003.12.27 729
205 한지붕 두가족 오연희 2006.02.23 738
204 한 겹 1 오연희 2007.06.13 1200
203 하늘에서 왔어요 오연희 2015.07.07 86
202 풍선 오연희 2014.11.26 197
201 풍경 오연희 2005.08.17 727
200 폐가(廢家) 4 file 오연희 2016.08.08 207
199 편지 오연희 2005.07.07 681
198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48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