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잔치국수

posted Aug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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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오연희

 

어른들 세상은 어차피

상관없었다

 

죽은 자가 누군지 말해주는 이도 없었고

들었다 해도 세상 밖의 바람 소리였던

유년의 마당

 

휘청이는 허연 천막

눅눅한 그늘

국수 그릇 후루룩이는 어른들의

웅크린 등이 아슴하다

어른이 곡을 하고 나오면

다음 어른이 들어가서 곡을 이어가던

일정한 리듬의 곡성 뒤편은 그저

적막한 어둠뿐

 

숨죽이고 있던

폭포수로 터지는 슬픔의 임계점

 

대책 없이 축축한 날은

잔치국수로 때우고 싶다

외로움이 안개처럼 몰려오다가도

굽은 등의 담담함이 고요히 찾아드는

 

삶과 죽음이 알맞게 양념 쳐진

시절의 잔치국수

그릇

 



-미주문학 2016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