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6
전체:
1,291,909

이달의 작가
2015.07.07 02:45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조회 수 1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위안부 할머니시여   -                                                            

 

산책길에

넘어져 있는 늙은 나무 한 그루

둥치가 들린 채 벌렁 누워있다 

 

뿌리들 사이로 삐져나온 지하수 파이프는

둥치를 깊숙이 관통한 채

꽂혀 있는 닙본도(日本刀)

 

살아 있는 심장에 찔러 넣어

죽어도 빠지지 않는 칼날을 붙잡고

아, 아직 피를 토해내고 있는

몸부림치는 소리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한마디만 해 달라 그리 외쳐대는데

인두겁을 쓴 저 짐승들

끝까지 짐승으로 남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발걸음만 재촉하며 돌아가는데

삐죽 솟은 지하수 파이프 위에는

다람쥐 한 마리 올라앉아 있고

나무는 이제 곧

토막토막으로 잘려나가 사라질 모진 생

눈물겨울 뿐이다


?

  1. 뜨는 별

  2. 디카시-노을

  3.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4. 황금빛 사막

  5. 사랑한다는 말은

  6. 사랑 시 쓰기

  7. 토마토 수프

  8. 잔치국수

  9. 폐가(廢家)

  10. 엄마의 자개장

  11. 네가, 오네

  12. 독을 품다

  13. 하늘에서 왔어요

  14. 무너진 나무 한 그루

  15. 가을 길을 걷다가

  16. 풍선

  17. 호흡하는 것들은

  18. 새털 구름

  19. 기도

  20. 그림2 - 입맛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