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신기루

posted Mar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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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오연희


그대 마음 내키는 날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 온다
주위를 빙빙 돌다가, 한 순간
번개처럼 품에 꽂히고
마구 두들겨대는 두방망이질
가슴이 벅차 온다
어우러져 한참을 뒹군다
가까이 보니 좋구나
완연한 너의 모습 잊을 수가 없을 거야

그러나
시공간을 뛰어 넘지 못하고
한 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대
행여나 싶어 눈을 부릅뜨고 헤맨다
꿈속까지 뒤진다
헤엄쳐 가는 물고기를 작살로 낚아채듯이
붙들어 둬야 했는데
아, 모두가 내 탓이다

놓치고도 다시 오면,
머물 것을 믿는
신기루, 아득한 듯 또렷하게
내 속을 환하게 밝히던 그대
캄캄한 미궁 속에서
빛을 길러내야 하는
시인의 길


2007년 미주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