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그 바람

posted Mar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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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 /오연희

어스름한 새벽녘
신주단지처럼 요강을 껴안고
어디론가 사라지시는 어머니
나지막한 발걸음
뒷마당에서 멎는다

아파트 공터 조그만 텃밭은
울 어머니 세상
해보다 먼저 일어난
환한 채소들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시지 않은 가족의 온기를
골고루 뿌려주며
우린 하나라고 토닥거려 준다

바람타고 돌아다니던 찌릿한 냄새에
쏟아지는 이웃들의 불평
묵묵한 웃음으로
세월을 견디는 어머니

백김치 통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한 껏 담아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면
어쩜 그렇게 맛 있어요?
비결이 뭐에요?

되 돌아오는 짜릿한 바람
어머니 얼굴을
간지럼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