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겨울

posted Jan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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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오연희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풀썩 꺼질 것 같은
공 하나
있다

구르고 굴러
성한 곳 없지만
그래도
익숙한 것은 구르는 일 뿐인…

해 환한 날의 추억만으로
굴러가는
하루

웅크린 등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옅은 물기
눈여겨 보는 이 없고

말을 그려내던 입
그 간절한 소통의 물꼬도 닫혀버린

가는 세월이
굴리고 있는

하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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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심상 3월호-
-2008년 미주문학 가을호-




2008년 미주문학 겨울호에 실린 정호승시인의 시평



오연희의 <겨울>은 은유어는 '공'이다. 이 시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풀썩 꺼질 것 같은/공 하나/있다'라고 시작된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이 어떤 은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해 환한 날의 추억만으로/굴러가는 /하루'에서는 공이 하루라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가는 세월이/굴리고 있는/ 공/하나//어머니...' 에서는 '공'이 시인의 어머니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은유는 여러 겹의 옷을 입는다. 시에 입히는 은유의 옷은 한겹보다 여러 겹을 입히는게 더 낫다. 이 시는 은유의 다의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