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1
어제:
14
전체:
1,292,109

이달의 작가
2007.02.14 08:52

고등어를 손질하다

조회 수 10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등어를 손질하다/오연희


벌떡 헤엄쳐 나갈 것 같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등어 한 마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서슬 퍼런 칼로 목을 겨누다가
내리친다
팔로 전해오는 감이 써늘하다
뜨거운 물결 파르르 가슴에 인다

툭 떨어져 나간 덩어리
잠시 망을 빼놓은 디스포절(disposal)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간다
‘마저 손질하고 꺼내야지…’ 라던 생각 잊어버리고
스위치를 올린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 오른 고등어 대가리
“네가 날 죽였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악!’
비명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만일로 이만일로…
두근대는 가슴 힘주어 쓸어 내린다

잠자고 있던 두려움들 일제히 일어나
내 속 와르르 무너지는 이런 날은
변명할 여지없이
산에, 바다에, 하늘에 묻는다
아니 시에 묻는다.
핏물 흥건히 베어 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 나를 살게 하는 소리 1 오연희 2007.05.04 1152
176 노오 프라브럼 오연희 2007.04.25 1147
175 아버지 '었' 오연희 2010.10.26 1144
174 원색의 삶 오연희 2004.08.08 1142
173 발 맛사지 1 오연희 2006.05.10 1138
172 당신 file 오연희 2004.02.14 1132
171 밥심 1 오연희 2007.07.25 1105
170 잭슨호수에 가면 1 오연희 2010.11.01 1090
169 사랑 2 1 오연희 2007.07.03 1087
168 "나는 기쁘다" 오연희 2003.06.22 1081
167 1 오연희 2006.07.13 1072
166 어느 첫날에 오연희 2004.02.03 1043
165 안개 속에서 1 오연희 2007.06.13 1040
164 무너지고 있다 1 오연희 2007.05.23 1039
163 가을이 오면 1 오연희 2005.10.20 1026
» 고등어를 손질하다 오연희 2007.02.14 1018
161 ‘모란각’에서 1 오연희 2006.05.10 1009
160 별 이야기 1 오연희 2005.11.30 992
159 노래방에서 1 오연희 2004.09.01 970
158 인연의 코드 1 오연희 2005.09.07 96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