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5
어제:
10
전체:
1,291,252

이달의 작가
수필
2017.03.14 09:17

'카톡 뒷북녀'의 카톡 유감

조회 수 23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음이 통하는 친구·자매·가족끼리의 카톡, 오가는 대화 속에 사랑과 유머가 넘쳐난다. 상황에 딱 맞는 이모티콘에 절로 터지는 웃음, 한참 웃고 나면 엔도르핀이 퐁퐁 솟는 것 같다. 마음 트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감성을 자극하는 유익한 펌글이나 그림은 서로를 향한 호감을 전달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정말 요즘은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주고받는 소통의 장으로 카톡이 대세인 것 같다.

이렇게 즐거운 면도 있지만 어쩌면 좋아, 고민하게 만드는 일도 왕왕 생긴다. 몇 해 전 카톡 붐이 불 일듯 일어날 즈음이다. 막역하게 아는 그녀가 오십 명이 넘는 그룹 카톡방을 만들어 나를 멤버로 넣은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카톡방을 오픈한 딱 그 한사람. 이건 무슨 경우야, 하는데 갑자기 카톡방에 다다다다 난리가 난다. 톡에 참여한 이들은 서로 친한 듯한 너덧 명. 소리 죽이는 방법도 나가기도 몰랐던 때라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카톡 소리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카톡 사용법을 조금 터득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은 역시 일어난다. 타주에 사는 한 선배는 정말 부지런히 카톡을 보내온다. 그런데 자기 메시지는 없고 온통 펌으로 도배를 한다. 영상과 글이 유익하고 감동적인 줄 알지만, 양이 엄청나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클릭을 안 하고 있으면 그 방은 나가고 다시 새 방을 만들어 보내기를 계속한다. 외로워서 그런가, 시간이 넘쳐나나, 별생각이 다 든다. 바로 그때 "늘 카톡이나 안부를 보내주는 이는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펌글이 도착한다.

최근 들어서의 새로운 현상은 소식 끊긴 지 한참된 옛 지인들이 뜬금없이 보내오는 카톡이다. 카톡의 주 내용은 한국 정치 관련 펌글이다. 처음에는 반가움에 인사드리지만 예민한 사안이라 반응하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수십 명의 그룹 카톡방을 오픈한 다른 한 지인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 펌글에 멤버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스스로 나가 버렸다. 몇몇 카톡을 통해 한국 상황을 바라보는 미주 한인의 시각이 양분되어 있음을 느끼며 마음이 복잡해진다.

친구들 사이에 카톡 반응이 늦은 편인 나는 자칭 '뒷북녀'이다. 얼마 전에는 카톡 세상 좀 잘 따라잡을까 싶어 머리를 굴리던 중 '33세 주부의 감동글'이라는 펌글이 눈에 들어왔다. 어려운 살림에 혼자 계신 시아버지 잘 모신 며느리의 사연인데 정말 감동적이다. 이렇게 좋은 글은 남에게 보내도 좋을 것 같아 몇 분에게 보내드렸다. 그런데 보낸 후에야 몇 해 전부터 카톡을 통해 널리 퍼져있는 사연이며, 그분들이 나한테 보낸 내용 중에 이미 들어 있음을 알고 '아뿔싸' 했다.

그 글뿐이랴. 좋은 글은 넘쳐나고 카톡을 통한 소통의 문은 활짝 열려있는데 내 삶의 긍정적인 변화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글에 감동한 후 전달도 좋지만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현실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만드는 소통의 장이 되도록 카톡 매너도 좀 익혀야겠다.




미주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7.3.14

?
  • 강창오 2017.03.17 05:04
    오선생님이 카톡 뒷북녀면 저는 뒷북남입니다.
    오는 글들이 또 그타령이니 하다가도 한동안 안오다 받으면 반가워집니다.
    뭐든지 익숙하기 나름인가봅니다.
  • 오연희 2017.03.18 06:39

    그쵸?
    너무하다... 싶다가도
    감사하다...로 돌아서는
    사람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요. ^^

    이번 여름문학캠프에 오시나요?
    강사진이 좋던데...요. :)

  • 강창오 2017.03.19 02:20
    여름문학캠프!!!
    시간대가 맞춰지면 갈 예정입니다
  • 오연희 2017.03.20 00:48
    환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 수필 가을, 쇼핑의 계절 2 오연희 2017.11.13 137
156 수필 아름다운 마지막 풍경 6 file 오연희 2017.10.23 224
155 수필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2 오연희 2017.09.25 259
154 수필 애써 가꿔야 열리는 '관계' 오연희 2017.09.01 110
153 수필 '조심조심, 미리미리' 오연희 2017.08.02 141
152 수필 흠뻑 빠졌던 책 한 권 - '외로운 여정' 3 오연희 2017.07.05 275
151 수필 머리 가려움증과 한국인의 정 3 오연희 2017.06.14 349
150 수필 동정과 사랑 사이 6 오연희 2017.05.12 176
149 수필 파피꽃 언덕의 사람향기 12 file 오연희 2017.05.01 258
148 수필 헤어롤, 이젠 웃어넘길 수 있어 10 오연희 2017.04.04 363
» 수필 '카톡 뒷북녀'의 카톡 유감 4 오연희 2017.03.14 230
146 수필 태극기도 촛불도 '나라 사랑' 15 오연희 2017.02.22 269
145 수필 드라마 '도깨비'에 홀린 시간 4 오연희 2017.01.31 315
144 수필 함께 밥 먹는다는 인연의 대단함 4 오연희 2017.01.19 9787
143 수필 정전이 남기고 간 것 4 오연희 2016.12.28 403
142 수필 꽉 막힌 도로와 한국 정치 6 오연희 2016.11.29 386
141 수필 남가주에서 꿈꾸는 '가을비 우산 속' 2 오연희 2016.11.09 648
140 수필 부고에서 읽는 세상살이 4 오연희 2016.10.19 404
139 수필 야박해진 국내선 비행기 인심 6 오연희 2016.09.14 329
138 수필 렌트로 살기, 주인으로 살기 4 오연희 2016.08.25 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