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2016.11.29 10:28

고전시 즐겨읽기..


  길

                 -김소월-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출전 : <진달래꽃>(1925)

 

 

시어 풀이
 하로밤 - 하룻밤
 가왁가왁 - 까마귀 울음 소리
 바이 - 전혀. 전연.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민요시
 율격 : 내재율(7.5조의 3음보 바탕)
 어조 : 서글픈 심정으로 하소연하는 독백적 어조
 성격 : 암담한 현실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은 시적 화자의 절망적 비애를 노래한

         한(恨)과 애수(哀愁)의 전통적 정서 
 제재 : 길
 주제 : 유랑민의 비애와 정한 
 

 구성 : 각 연 3행 전 7연
   1연 - 시적 자아의 현실적 상황을 제시하는 도입 부분
   2,3연 -  지향성 없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전개 부분 
   4연 - 서글픈 고향 자랑을 통해 자기 위안과 연민을 갖는 전환 부분
   5,6연 - 자유롭게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며 자신도 그처럼 안주(安住)하고 싶어하는 열망과 함께 '열십자' 복판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자신의 방향 상실에 대한 비애감을 말하는 절정 부분
   7연 - 수없이 많은 길 가운데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적 자아의 방황을 보여 주는 정리 부분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목적지를 상실한 나그네의 비애를 김소월 특유의 전통적 리듬과 소박하고 일상적 언어, 자문 자답(自問自答) 형식의 대화체를 빌어 표현한 시이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서글픈 정한(情恨)은 현실의 삶에서 낙오된 소월 자신의 근원적 애수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킨다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랑의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비애를 대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시는 기질적으로 유랑인의 생리를 타고난 소월의 삶의 투영이며, 개인의 정한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월은 실제로 삶의 터전을 찾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영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떠돌고 있다. '오늘은 / 또 몇 십 리 / 어디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도 없소.' 등의 독백 속에 고향을 상실하고 유랑하는 나그네의 서글픈 심정이 표백되어 있다. 
 나그네가 가는 길은 끝이 없는 여정으로서 뚜렷한 목적지가 없이 가야 하는 길이고, 당시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실향민의 비애를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길'은 우리가 평소 걸어 다니는 시골의 오솔길이나 도회지의 보도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나 비유적으로 쓰이는 인생길이나 운명의 갈림길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인간의 도리나 종교적 진리를 가리키는, 추상적이고도 관념적인 길일 수도 있다. 이 시에서의 '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 '유랑민의 삶의 행로'를 표상한다.
 특히, 이 시가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까닭은 우리의 인생이 지상의 현실 속에서 피안의 세계를 갈구하며 살아가는 역려 과객(逆旅過客)으로 존재하는 데 있지 않은가 한다

[출처] [펌]김소월 길. 해석|작성자 뱃고동소리

https://www.youtube.com/embed/XSed6-p0c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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