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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13:28

꿈같은 인연 그리고 만남

조회 수 38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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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뜬금없는 카톡이 왔다. 남편들이 같은 그룹 계열사 주재원이라는 인연으로 안면 정도 있는 명주네 부부. 미국 여행길에 서부 쪽도 들를 예정이니 얼굴이나 한 번 봤으면 좋겠단다. 매사 반듯한 느낌의 명주 엄마가 떠올라 '우리 집에 짐 부려놓고 여행 다니도록 하세요'라는 말이 그냥 나오고 말았다. 음식 챙기고 차편 제공하는 일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다소의 차질이 생겼지만, 조금의 수고로 짧은 인연 길게 이어진 꿈 같은 며칠이었다.

그때 이웃으로 지낸 분 중 영국에 눌러앉은 가족들의 근황이 고향 소식 전해 듣듯 반가 웠다. 그런데 대화의 내용을 가만히 되짚어보니 어른들에 관한 소식은 간단한 안부 정도이고 어느 댁 아들 혹은 딸은 무엇을 전공하고 직장은 어디고 어느 나라 배우자를 맞았고 혹은 사귀고 있다는 등등. 자녀들 소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게 아닌가. 부모 인생에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우리 존재는 어디 갔나 싶은 쓸쓸한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다 보면 자신을 넘어선 듯한 존재 앞에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아들 딸은 그렇다 치고, 손주가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올라와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명주 엄마의 카톡 프로필 사진 역시 첫딸인 명주가 낳은 첫 외손주이다. "손자 사진 봤어요"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백일 지났는데 너무 보고 싶단다. 런던 한 초등학교 한국어 교사로 일하며 보람도 있고 수입도 괜찮았는데, 베이비시트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있어도 너무 비싸고, 손주를 봐줘야 할 것 같아 일을 내려놓았다며 아쉽다고 한다.

자녀가 결혼한다고 부모 역할 끝나는 게 아닌 당면한 현실부터, 남편들끼리 공유하는 케케묵은 옛 직장 이야기까지 대화의 소재가 참으로 다양하다. 또한 유튜브를 TV로 연결해 방탄소년단,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남한예술단 북한공연까지 한국 노래에 심취해 따라부르기도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중 명주 엄마가 던지는 한마디 "여긴 북한사람 얼마나 돼요?"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북한 사람? 글쎄…북한 사람인 줄 알고 본적은 없네요" 했더니 런던에는 칠팔백 명의 북한 사람이 산단다. 문제는 북한에서 바로 망명한 부류와 중국과 한국에서 살다가 망명한 부류로 편이 나누어져 자기들끼리 진짜니 가짜니 언쟁을 하게 된 모양이다. 이런 사실을 영국 정부에서 알게 되어 요즘은 북한사람 망명은 잘 안 받아준다고 한다.

북미회담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변화의 물결이 어떻게 흘러갈까, 모든 게 미지수인 시점에 듣는 북한 사람 이야기. 같은 조상을 가진 형제자매인 줄 이제야 안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듣는다.

어떤 연유로든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단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곳에 잘 정착한 후 어렵게 용기 낸 여행길이 그래서 남다르게 느껴진다. 20여 년 전 꿈처럼 떠나온 땅에서 어렴풋이 알던 사이로 만난 명주네 부부. 우리 이십 년 후에도 만날 수 있을까, 그 말을 하며 함께 웃었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8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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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uck 2018.06.15 09:33

    별별 다방 홍 여사와 함께하는 고민상담 !


    욕심 많은 아내와 함께 살기가 힘듭니다


    저는 63세 남자입니다.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바로 재취업하여 몇 년 일하다가

    이번에 또 쉬게 된 사람입니다.

     

    12녀의 자식들은 다 결혼했고

    같이 사는 건 아내뿐입니다.

     

    그런데 아내가저를 마음 편히 지내게 가만두지를 않습니다.

    아내는 왜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아내와 제가 꾸려온 인생이 그럭저럭 성공한 편이고

    매사에 감사하며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때입니다.

    그런데 아내는자꾸 뭐가 필요하다우리한테는 뭐가 없다나는 이런 걸 못하고 있다,

    이런 소리를 하며 스스로를 포함해서 주변사람까지 채찍질합니다.

    제가 퇴직할 때도하루라도 더 쉬면 큰일날 것처럼 초조해했고

    자식들문제에 있어서도흘러가는대로 두지 못하고불만이 많습니다.

     

    아내가 말하는 여유로운 노년에는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남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쳤습니다.

    일을 재미로 하고 싶지의무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는 저에게놀면 뭐하냐놀면 남는 게 뭐냐고 하는데

    저는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거고,

    더 이상 뭔가를 남기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자는 일을 해야 안 늙는다는 말도 듣기 싫습니다.

    돈을 벌 때와 못 벌 때 대접이 백팔십도 달라지는 것도 참 인간적으로 싫습니다.

     

    실은 이번에 제가 다니던 직장을 또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게 제 자의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회사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아내의 눈치가 보이고마음이 불편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처음엔 아무 말 없던 아내가 나날이 까칠해져 갑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제가 인문학 강좌를 듣고 다니는 걸 보고 화를 냅니다.

    나 같으면 그럴 시간에 일이나 구해보겠다 소리를 기어이 합니다.

    제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일 못 해 환장한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까?

    이 나이에.

     

    평생 열심히 벌어주면 늙어서 당당할 줄 알았는데

    벌다가 안 버니 눈칫밥이 보통이 아닙니다.

    욕심 많은 아내와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댓글


    jim*****

     

    2018.06.15 14:45
    그럼 이번에는 부인을 일하러 내보내세요. 본인은 뭐 배우러나 다니시고.
    그게 싫다면 집을 나가라고 하시던지요. 나가서 뭐를 하라고.
    kyh****
    2018.06.14 20:34
    이혼이 답입니다.
    bib******
    2018.06.14 20:24
    어찌 울 마누라와 ㅂ숫하노
    한숨만 나옴니다..


  • 오연희 2018.07.02 05:54

    최무열 선생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
    좀 서글프네요. ㅜ.ㅜ

  • 강창오 2018.06.26 19:02
    알려주신대로 다시한번 시도합니다. 번번이 고맙읍니다. fingers crossed!
  • 오연희 2018.07.02 05:58

    강창오 선생님
    제가 명쾌하게 답을 해 드리지 못할때가 많아 죄송해요.
    컴 실력도 부족하고, 깜빡도 잘하고...ㅋ
    잘 참아주셔서 제가 고맙죠.^^

  • nkpeak 2018.06.30 09:32
    ... 함께 웃었다. 어떤 웃음일까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네요. 잘 사시는 것 같군요. 오래 전 회사동료...
  • 오연희 2018.07.02 06:04

    백남규 선생님
    오랜만의 흔적 반가워요.
    그래요. 선생님...쓸쓸한 마음...딱 그랬어요.
    까마득한것 같지만, 그냥 도랑하나 건너듯 그렇게 빨리 다가올것 같아서...
    이땅에 존재하고 있을까...이런저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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