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CEO 의식을 버려야

2008.05.21 23:40

김동욱 조회 수:426 추천:69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민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성공한 CEO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경제는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고, 대통령이 직접 일선 경찰서를 방문하여 치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는 감동까지 했었다.

헌데, 그로부터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요즈음의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는 어떠한가? 취임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20%대를 보여주고 있는 지지도에, 온갖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어 있으니 딱하다는 생각을 넘어 안쓰러운 느낌마저 갖게 한다.

무엇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와 기대를 이토록 추락하게 만들었을까?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CEO 의식이 이명박 대통령을 추락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CEO 의식에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익을 위한 실리적인 외교를 펼쳐서, 국가의 부를 늘리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겠다는 좋은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의식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CEO 의식 속에는 모든 국민들을 자기가 부렸던 직원들과 동일시하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은 CEO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거나, 마음 속으로는 못마땅해도 그 회사를 떠나려고 작정을 하기 전에는 반대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다르다. 국민들은 누구나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야당만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여당 안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이번 광우병 파동과 관련한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대부분은 투표권조차 없는 미성년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CEO는 자기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원은 해고시키면 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하는 국민을 해외로 추방시킬 수는 없다.

정치란 아우르는 것이다. 어떠한 정책이 아무리 옳다도 해도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다.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시책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를 해야 한다. 정부의 시책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는 주무부서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만물박사도 아닌 대통령이 과장도 되고, 국장도 되고, 장관도 되고, 총리도 되면 안된다.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만 해야 한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CEO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CEO가 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의 직무를 대통령답게 수행하고, 국민들을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하 직원들이 아니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떠받들고 위해야 하는 섬김의 상대로 바르게 인식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이다. 시행착오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초반의 실패가 앞으로 남은 임기에 보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 뉴욕한국일보 2008년 5월 22일(목요일)자 A10면 <b>나의 생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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