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은 비오는 날

2009.06.19 07:23

김동욱 조회 수:560 추천:108

저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무엇보다도 기다려지는 날이 소풍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소풍을 가는 날은 쌀밥을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멸치 볶음도 먹을 수가 있었고, 칠성 사이다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작은 금액이기는 했지만, 용돈도 주어졌습니다.

제가 졸업한 대리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0명도 되지 않은 작은 학교였습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아이들만 다녔습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교생이 같은 장소로 소풍을 갔습니다. 소풍을 가는 장소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와 인접해 있는 관촌이라는 곳에 있는 사선대가 우리 학교가 해마다 가는 소풍 장소였습니다.

우리 학교가 해마다 그 곳으로 소풍을 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가 소풍을 가는 날은 꼭 비가 왔습니다. 오전 내내 맑다가도 오후가 되면 비가 내리곤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을 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았던 소풍날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사선대라는 이름이 설명하고 있듯이 그곳은 네 신선이 내려와서 놀곤 한다는 커다란 대(정자)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정자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몸집이 작은 꼬맹이들 300 명 정도가 충분히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그곳으로 소풍을 가곤 했습니다.

이번 주일에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야외 예배를 드립니다.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믿고 날짜를 정했는데 비가 오기도 했습니다. 비가 올것 같다는 예보를 믿고 예정되었던 날짜를 연기하고 나면 날씨가 맑기도 했습니다. 5월  1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날짜를 6월 14일로 미루었다가, 다시 6월 21일로 미루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19일 오후 4시 현재)의 일기 예보는 오는 주일에 비가 오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비가 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고, 비가 내려도 강우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기는 합니다만… 소풍날이면 비가 오는 전통이 교회의 야외 예배에 까지 이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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