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6
어제:
6
전체:
1,292,166

이달의 작가

- 맞 장구 신세 타령 -

2009.09.29 10:42

차호원 조회 수:399 추천:111




장 형제님 !

주신 글 감사합니다.
장 형제님의 글을 읽다가 제가 아내를 만났던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1955년경에 서울에서 하루에 한번 다니는 김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에 있는 교회 자전거를 타고 꼬불한 논밭 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당시 순회목사가 돌보는 ''김포 어모루 교회''의 수요설교자로 있었습니다.

그때 수요목회자이긴 했어도 그것에 부족한 것이 하도 많았던 때라 생각하게 된 것이
   "만일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多才 多能한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

그러니까 그때의 결혼후보자로는 유치원 교사 ?  의사 ?  약사 ?   피아노 전공자?
등등....

즉, 농촌목회에 도움을 줄 신부 감들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
    "그래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재능을 다 갖춘 여자는 없을 것이니
    차라리 이것, 저것, 재능을 가진 여자들 여럿과 합동결혼을 하면 좋겠다.!!!?"
는 엉큼한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에게 ''틀린 기대''는 아니라는 용맹한 생각에서......

그러던 참에 저의 교회 전도사님의 중매로 의대 중퇴한 신부 후보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부 측에서 저를 점찍은 까닭은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의과대학 본과에 올라가긴 했으나 학자금이 없어
학교를 중퇴했던 상황이었고 그리고 저를 택한 이유는 북에서 혼자서 피난 온
식구들이 하나도 딸리지 않은...?

사실 그녀는 8공주 집(+ 장모}의 맏딸이면서 말입니다.

첫 맞선을 볼 때 저는 예비 신부에게
"내가 앞으로 농촌목회를 하려고 하는데 혹시 졸업 후 의사가 되면 농촌에
  갈 수 있겠습니까 ? "

  "예. 물론입니다. 가구 말고요. 어디든지 따라 갈 수 있습니다 !!!
   저도 농촌을 아주 좋아합니다!!! "

그 때의 그녀의 대답은 아주 시원시원했습니다.
   "옳구나. 하나님께서 보내 준 내 아내 감이다"
고 감탄까지 했었습니다. - 중략 -

그러나 결혼을 하고 학교도 마치고 의사가 되자 아내의 태도는
여름 벼락처럼 돌변했습니다.
    
    "농촌에는 못 가요!  내가 왜 그런 사골에 가서 고생을 해요!
     결혼 전의 이야기는 그때 이야기니 그 이야긴 그만 합시다!
    
     제가 농촌에 못 가겠다면 설마 지금 와서 파혼이라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요 ?
     그리고 목회사명은 당신이 받은 것이지 내가 받은 것 아니지 않아요 ?
    
     이혼이라도 하고 혼자서 농촌목회를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보세요...
     그리고 만일 내가 당신 따라 농촌으로 간다면 "아이들. 아이들" 하는
     당신이 그 아이들 교육은 어쩔 셈이예요 ....?
  
     결혼을 했으면 이젠 철든 사람답게 농촌 목회 같은 꿈일랑 접어두고 살아요.
     그리고 누가 당신 아니면 농촌목회 할 사람이 그렇게 없다고 하던가요?
     여하튼 난 농촌엔 못 가요.
     당신 아니라도 농촌목회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장 형제님!
  저의 농촌목회의 꿈(?)은 이렇게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한편 제가 망설이던 농촌목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절대적 구실을
  아내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농촌목회를 포기하게 된 것은 아내가 저에게 준 선물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록 제가 재능을 가진 여러 여자들과 합동결혼을 하지 못하게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리고 저는 결혼을 할 때 위대한 결심을 품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나는 ''구레네 시몬''처럼 살리라....? "

장 형제님 !
그러니까 성경에 등장하는 그 ''구레네 시몬'' 말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져준 사람이지요 ?

  그러나 그는 그 이후 칭찬이나 큰 박수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예수님 쫓아도 그에게 고맙다는 상장 하나 주시지 않으셨고.....

  즉, 그는 예수님께서 로마 병들의 채찍을 맞으면서도 일어나지 못했던
  그 무거운 십자가를 대신 지고 예수님의 가시는 길을 도운 분이지요.
  그 ''구레네 시몬''...  저는 이 장면에 매력을 깊이 느끼고 그에게 반해 버렸습니다.
    "그래... 나도 그런 ''구레네 시몬''처럼 살아 보자.
     사내 중의 사내다운 그 ''시몬''처럼 말이다.....
      남을 돕고도 칭찬을 받지 않은 그 ''시몬''처럼.......
      암 예수를 믿으려면 그렇게 살아야지......? "

즉, 저는 그 8공주(장모 포함)집의  "그레네 시몬"과 같은
사위가 되겠다고.... 자원 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제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처녀로 늙어야 할 아내를
구제해 주는 ''자선 사업''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의 자선사업의 위업도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토록 사모했던 나의 그 "구레네 시몬"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그 ''시몬''의 흔적도 없어지고 없습니다.

저에게 돌아온 것이 있다면 ''의사 남편''이라는 소리를 가끔 듣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의사 남편''이라는 딱지는 ''처덕에 먹고 사는
''가엾은 인간''이라는 뜻도 있고 해서 저의 처지는 떳떳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하긴 때때로 아내 친구들로부터 "아내를 의사로 만든 장한 남편"이라는
  소리는 가끔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저의 처지라고 장 형제님의 비하면 낳은 바가 조금도 없습니다.
즉, 장 형제님의 ''신세 타령''보다 더 많은 타형 꾼이 되었디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이런 처량한 처지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로 말하면 평생 시집도 가지 못할 여자를 구제해 준 위대한 자선가 아닌가요 ?
그뿐인가요?
저는 그 ''8공주''(+장모)집을 돌본 사위(?)였음에도 불구하고...
       -               -             -
요즘의 아내의 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할머니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지 아내의 콧대는 여간 높아진 것이 아닙니다.

  어떤 모임에 가서까지 얼마나 당당한지 모릅니다.
  자기를 시집을 보내주고 학비까지 대주면서 의사로까지 만들어 준
  저에 대한 은공은 아예 기억도 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로......

  요즘은 저의 신세는 애들이 장남감 가지고 놀듯이 주물럭, 주물럭....
  저는 이런 아내의 손바닥에서 꼼짝도 못하고 그날 그날 살고 있습니다.

자......
그러니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저의 처지를 동정해 주실 분이 계시면
위로의 글이라도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한 때이긴 했어도 그 "8공주"(+장모)집의 ''구레네 시몬'' 역할을
감당했던 사람이 아니니까요 ?

장 형제님 !
저는 요즘 그 "그레네 시몬"을 꿈꾸던 시절이 무척 그립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제가 그 시몬을 잃어 버렸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는 그 멋진 ''구레네 시몬''을 찾아야 그때의 신앙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텐데....
.
저는 미국에 와서는 이름을 시몬(Simon)이라고 바꾸고 제발 ''시몬''이라고
불러 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장 형제님!
이제와서 어찌 하지요 ?
그러니 우리들의 섭섭함은 다 털어 버리고 손자 손녀들 보면서 남은 생애를 삽시다.
사실 우리가 이제 와서 신세타령을 한들 변할 변수는 없지 않습니까 ?

우리가 한번 꿈틀해 볼일이 있다면 우리들과 같은 신세를 가진 사람들끼리

즉 "신세타령 男동아리"라도 만들어 힘을 모아 투쟁(?)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이 여자들에게 질 것은 뻔하고 그저 억울함을 달랜다는
생각으로 한판 싸움을 벌여 보는 것이지요.....?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山水 甲山에서
    마누라 수발 드는 종이 된들
    어떠하리..... "

장 형제님 !
답 글을 드린다는 것이 저의 넋두리로 길어졌습니다.
저의 허물을 용서해 주시 옵소서.

장 형제님!
     오늘도 넉넉한 하루 되소서
            차 호원 드림

       ----------------------------
끝으로 저의 홈페이지 - http://family.bada.cc - 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월남 국수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