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눈물을 수선하다
2016.10.03 06:04
눈물을 수선하다
이윤홍
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흘린 눈물 한 방울
가슴 깊이 오십여 년 보관하고 있었던 것
오늘 꺼내든다
그동안 수도 없이 흘린 눈물
세월의 모든 즐거움과 괴로움과
원망과 쾌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온갖 흉터에 남루襤褸하기 그지없다
삶이란 이렇게도 험한 것인가
눈물의 상처는 무성하고 골은 깊다
으앙- 울음소리와 함께 흘린 눈물을 찾아
아무리 눈물의 연대기를 거슬러 올라가도
눈물의 시원始原까지는 가 닿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내 생을 넘어선 이역異域이다
뚜껑을 연다
빈 상자에 소중히 담겨 있는 저 투명하고 맑은 순수
수선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미희 시집 ‘눈물을 수선하다’의 제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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