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2007.02.03 01:12
뿌리
나무 하나가
피사의 사탑처럼 절벽 끝에 서 있다
다가가 바라보니
5피트도 안 되는 작은 나무다
그 나무를 받혀주기 위해
제 몸통 보다 훨씬 굵고 긴 뿌리들이
절벽을 움켜잡고 있다
밖으로 드러난 뿌리들이 절벽을 껴안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낸 것은 아니리라
바위가, 그들이 힘겹게 뿌리박은 바위가
백사장의 모래알로 내려서는 모습을 기억했으리라
자리잡은 곳의 운명을 예감했으리라
그 때
뿌리는 긴장했으리라
끊임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어느 한 때
이 우주의 허허 공간 한 부분을 채우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일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알았으리라
미처 절벽을 파고들지 못한 뿌리들이
촉수를 흔들며 허공을 움켜잡는다
그 힘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오는 하늘이
벌겋게 타오른다
나무 하나가
피사의 사탑처럼 절벽 끝에 서 있다
다가가 바라보니
5피트도 안 되는 작은 나무다
그 나무를 받혀주기 위해
제 몸통 보다 훨씬 굵고 긴 뿌리들이
절벽을 움켜잡고 있다
밖으로 드러난 뿌리들이 절벽을 껴안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낸 것은 아니리라
바위가, 그들이 힘겹게 뿌리박은 바위가
백사장의 모래알로 내려서는 모습을 기억했으리라
자리잡은 곳의 운명을 예감했으리라
그 때
뿌리는 긴장했으리라
끊임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어느 한 때
이 우주의 허허 공간 한 부분을 채우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일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알았으리라
미처 절벽을 파고들지 못한 뿌리들이
촉수를 흔들며 허공을 움켜잡는다
그 힘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오는 하늘이
벌겋게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