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송시 산책(1)/정용진 시인

2016.10.20 03:01

정용진 조회 수:1306

나의 애송시 산책

秀峯 鄭用眞 詩人

 

나는시란 직관의 눈으로 바라다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 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라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여기 올린 시들은 내가 쓴 시들 중에서 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 들이다.

시 인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 꾼 이다.

 

나는

오늘도

 

거친 언어의 밭을

갈기 위하여

 

손에 쟁기를 쥐고

광야로 나간다. -정용진, <시인> 전문.

 

                       나라고하는 존재가하잘것없는 것은누구보다도내가 더 잘 안다.그래서나는 늘나 자신을 만날 때마다괴로워하고 있다.낮에는세사에 쫓겨잊고 살지만밤이 되면잃은 나를 찾아꿈길을 나서는슬픈 길손이 된다.우리 모두는이렇게 모여서못난 자신들을알아내기를 바라듯내가 누구인지그 진실을 찾기 위하여밤마다 다시 태어난다.그리고창이 밝아오는새벽을 두려워하며

나라고하는 존재가하나의 고통이라는 사실을확인하기 위하여저들같이때 묻은 거리를 떠돌며큰소리로 외쳐대기보다는쪼들려 못난 나를사랑하는 버릇에곧 익숙해지고 만다.오늘도 나는삶의 현장에서잃어버린 나를찾아나서는또 하나의 슬픈 길손이 된다.

 

그림자

내가

해를 향해 서면

바로 뒤에 따라서고

손을 들면

저도 따라 손을 드네.

허리를 굽히면

함께 굽히는

너는 나의 분신

앞으로 나서면

걸어 나오고

뒤로 물러서면

따라 물러서네.

밤이 되면

, 침상에 함께 들어

꿈으로 말하는구나.

 

내가

허리를 펴거나

굽히더라도

나보다 더하거나

덜하지 말거라

 

세상 사람들이

교만하다거나

비굴하다고 흉볼라

 

그대 나와함께

이 밤을 지새우고

내일

세상 밭 갈러 같이 나가자

나의 운명의 동반자여.

 

사 랑

그대는 누구 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 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 이길래,

 밤도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Editor's Award.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3)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됨.

 

LOVE

by Yong Chin Chong

 

I wonder who you are,

you who fill up the depth of my mind

while I keep sitting alone in silence.

 

You knock on my heart

even when I lock it tight.

 

You might be doing the same

when I roam about

looking all around for you.

 

Instead of a cold rock

standing upright beyond time,

may you rather become

a clear river

passing in front of me

with a splashing sound.

 

Like the breeze moving along an alley

as the starlight shining in the wind,

you charge my

whole empty soul tonight.

Wondrous you are.

By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ry

Editors Choice Award.(2003)

 

내 그대를그리워하는 마음은장미꽃 향이로라.간 밤마른 땅을 적시며함초롬히 내린이슬비길녘에는줄지어 서서나팔을 불며사랑을 노래하는연분홍 산나리 꽃.개울 건너떡갈나무 숲꾀꼬리 벗하여동산에 오르면하늘엔눈부신 황금 햇살면화 구름이송이송이화장한 신부처럼눈부시다.내 그대를사랑하는 마음은라반다의 향이로라.

 

()

 

바람 부는 

나는

너를 향해

( 띄운다

 

 연연戀戀)

마음을 띄운다

 

 없이 연연(涓涓)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쭉 이어져 길게 뻗음.

* The Best Poems & Poet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5)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지성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길이 누워있다.

내가

너를 만나기 위하여 가는 길

네가

나를 만나러 오는 길

 

길은

모든 사람을 편하게 가게 하기 위하여

고추서 있지 않고 항상 누어있다.

 

인간들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다가

연인을 만나고

짝이 되어 함께 걸어간다.

동행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의 축복인가.

 

오늘은 가는 사람

내일은 오는 사람

서로 손을 흔들며

운명의 길을 가고 있다.

 

길이 누워 밟히면서

그들의 발걸음을 축복하고 있다

길은

인생의 먼 여로(旅路).

 

창틈으로 스며드는 달빛

지금은 삼경창이 하도 밝아 잠에서 깨어보니명주비단자락 같이고은 달빛이창틈으로 스며든다.이는 필시나를 연모(戀慕)하는연인의 애틋한 마음이라 싶어백옥장삼(白玉長衫)자락에먹물 듬뿍 찍어사랑이라 쓰노니눈물은 말고그리움 서린 애련의미소로

미소로...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 달로

못 속에 잠겨 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권길상. 박환철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이른 아침

새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창을 여니

 

자두나무 가지위에

산새 가족들이

구슬을 꿰인 

쪼르르 앉아 있다

 

하루 일과 훈시를 듣는가

조용하더니

어미 새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새끼들도 창공에 무지개를 그린다

 

활처럼 휘어졌던

자두나무 가지들도

겨울잠을 털고

시위를 당겨

봄을 쏘고 있다

   과녁엔

생명의 빛이 번득인다.

저들은 늦가을

열매로 익어 돌아오리라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가을 백사장

누가 걸어갔나.

은빛 모래밭

외줄기

기인 발자국.

 

언제 떠나갔나.

자국마다 고인

애수(哀愁).

가슴을 두드리는

저문 파도소리.

 

옥수수

어머님이

방문 가방에 넣어

전해주신

옥수수 씨앗을

정이 그리워

 가에 심었더니

한여름

낯선 하늘 우러르며 자라

 

아기를 낳아

등에 업고

이른 아침

웃으며 서있다

 

. . 

나를 등에 업고 계신

어머님

 

들꽃

 

천년의 정적이

낡은 시간들 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후미진 산록에

홀로서서

임을 기다리는

들꽃  송이

 

지나는 바람결에

가슴 떨며 손을 흔들고

애타는 마음을

향으로 피워내는

외로운 들꽃

 

아침 햇살에

노을빛 색동옷을

가려입고

 붉히는 너는

순결의 화신化身).

 

애틋한 사연을

유채화로 담아

청산에 둘러두고

오늘도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

슬픈 들꽃아

 

 

여강(驪江)

 

님은

명주 비단 자락

 

내마을 인정(人情)

살포시 두르고

굽어도는

청실 강줄기

그리운 물결 소리

 

밤마다

애틋한 꿈을 싣고와

은 모랫벌

조포(潮浦) 나루를 건너는

 

님은

아련한 달빛.

 

내 누님의

속마음 같은

명주 비단자락.

 

강 마을내 님이 사는 마을은돛단배 밀려오고따사로운 인정 머무는버들 숲 강마을동산에 돋는 해머리에 이고가녀린 손길을 모두어 가며한없이 한없이기다리는 마음애달픈 사연 토해놓고기러기 떼 떠나가고파아란 강심에깃드는 강 노을하아얀 모래밭푸른 갈 숲을끝없이 끝없이가고픈 마음외로운 초생 달창가에 들면멧새도 울음 멈춰숲으로 드네그토록 오랜 세월고운 꿈 가꾸며이 밤도 잔잔한 강마을창가에 쉬네

 

강의 노래

 

너와 나는

머언 후일

강물로 만나자.

 

굽이굽이인생 굽이를

사랑처럼 맴돌다가

폭포를 만나면

함께 뛰어내리고

여울을 지날 때엔

소리 높여 울어 가자.

 

달빛이 쏟아지는

은모랫벌에서

피워내는바람의 축제

갈대들의환호를 받으면서

기인여정이 끝나는 포구에

해조음이

그리운 사람들의 발소리로

몰려오며는

너와 나는 머언 후일

()노을로 뜨자.     -정용진 <강의 노래> 전문

 

 

강나루

 

노을 붉어

하루가 저무는

강나루.

 

계곡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를 따라 내리는 강물

 

천 만길 벼랑을

구르는 아픔보다

더한 진통의 밤은

침묵의 산을 낳고

 

청명한 공간에 삶을 부르면

티 없이 메아리 져

되돌아오는 언덕에서

 

온갖 번뇌로 젖어온

그 마음은

 

바람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로 내리는 강물

 

 

가오는 세월도

맴돌아 씻기는 길녁에 서면

님의 노래는

애닯은 물결

 

오늘도

머언 꿈길을 밀어가는

강나루. -정용진, <강나루> 전문.

 

강물            정용진

강물은그 천성이 얼마나 정하면하늘을 가슴에 담고청산을 품에 들여물고기들의 춤과온갖 새들의 노래로축제의 향연을 베푸는가.내 마음 한줄기 강물이 되어맑게 맑게프르게 프르게끝없이 끝없이흐르기를 바라네.오늘도너무나 후미져어느 누구도 내려가기를 꺼리는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자신이 낮아질수록스스로 풍성해지는 진실을그는 안다.몸을 스스로 낮출수록더욱 깊고 투명해지는 강물삼라만상들이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놀라는 광경을 보라.바다는강이 밤새도록 실어다준온갖 잡생각들을조용히 다스릴 수 없어언성을 높여 파도로 내려치며깊게 깊게 가라앉힌다.깊어질수록몸과 음성을 낮춰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

 

가로등

 

어두움이

싸락눈처럼

거리에 덮여오면

연인의 눈빛 같은

가로등들 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조용한 발소리

그 속삭임이

달빛 같이 고요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샘솟는 그리움

늘어선 가로등을 따라

연인들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따스한

이 저녁.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그루의 파초가 되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하늘에

인생을  젓게 하옵소서.

 

그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 주옵소서

 

유기농 상표               

 

지금은 건강제일 주의시대라농사를 지어도유기농이 인기다.텃밭에다 들깨를 심고한여름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 길러몇 잎 따다가삼겹살에 싸서 소주한잔 하려했더니밤이슬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하늘이 비치도록전신이 온통 구멍투성이다.잎 뒤를 살펴보니그린 애벌레가 천연덕스럽게흰 그물을 치고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다.이놈을 범인으로 잡아흰 접시위에 올려놓고다그쳤더니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소슬한데 시도 쓸 줄 모르고할 일도 없고 하여유기농상표하나 그렸단다.

 

이놈마저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삼켜버리고 말까보다.

 

 

      

새벽 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져

영롱한 이슬

방울 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장미가시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 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The Best Pome & Poem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7)

 

낙화

 

늦은 봄날

울밑에 잠든

삽살개 잔등위로

솔솔이는 실바람

 

나무 그늘을 지나는

여인의 옷깃에

꽃물결 무늬가

일고 있다.

 지금은

어느 계집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세월인데

 

뒷집 아이가 날린

()

높이 떠올라

이별이 아픈

골목길.

 

시들은 꽃을 버리고

떠나가는

나비의 몸짓으로

낙화가 일고 있다.

 

멀리서는

추억이 슬픈

강물소리

 

그대와 함께 거닐던

거리에

꽃노을이 붉은

이 저녁

 

몸살을 앓아

수척해진

너의 모습이

무척 그립다.

 

낙화.2

정용진 시인

 

꽃이 지네

바람이 없어도

새들이 날지 않아도

꽃이 지네.

 

가는 세월을 못 막는

우리의 삶일지라도

열매를 향한

꽃의 열망은 막지 못하겠네.

 

꽃이 지면서

흐르는 눈물 사이로

봉긋봉긋 부풀어 오르는

싱그러운 열매.

 

사뿐사뿐

내려앉는 꽃잎마다

열매 맺는

사랑의 축가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네.

 

낙화는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아픔이어라

지는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히는

윤기 흐르는

꿈의 열매.

 

, 찬란한

생명들의 환호여!

 

산정호수(山井湖水)    

 

흐르는 세월 머물러

천년햇살 빛나고

 

 바람 멎어

 그림자를 담는

너는

하나의 거울

 

하늘기려

솔개보다

깊 푸른 눈매로

가냘픈 멧새의

숨결에도

가슴 떨어

붉게 물드는 마음이여

 

  청산되어

너를 품어

태고의 신비를 묻는

가을 한낮

 

초연한 걸음으로

산을 넘는

한줄기 푸른 구름*전중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산 행(山行)

 

낙엽이 지는 소린가 싶어

계곡을 찾아드니

외진 숲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다.

 

빈손으로

찾아간 나에게

그는

향기를 전해 주고

웃음은 덤으로 준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어

찾았으나 빈손뿐

 

겸연쩍게 돌아서는데

지나던 바람이

향을 싣고 따라와

옷깃에 뿌려 준다.

 

그대가 오는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꽃이 지고 있었다. *지성심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농부의 일기

 

나는

마음의 밭을 가는

가난한 농부.

 

이른 봄

잠든 땅을

쟁기로 갈아

꿈의 씨앗을

흙 가슴 깊숙이

묻어 두면

 

어느새

석양빛으로 영글어

들녘에 가득하다.

 

나는

인생의 밭을 가는

허름한 농부.

 

진종일

삶의 밭에서

불의를 가려내듯

잡초를 추리다가

땀 솟은

얼굴을 들어

저문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영원의 기쁨. * 권길상 작곡가 가곡으로 작곡

 

빨래

    

아내가

맑은 물에 헹궈

깨끗이 다려준

옷을 입고

세상 속으로 나간다

 

바람이 불고

먼지가 일고

눈비가 오고

요설(饒舌) 난무하는

스산한 음지陰地

 

세심정혼(洗心淨魂) 마음으로

정결(淨潔해야  옷깃에

온갖 때가 달라붙는다

 

박꽃 같은 마음으로

문을 나서

구겨진 빨래 감으로

되돌아 오는 일상(日常

 

오늘도

하늘에는

아침 이슬로 씻긴

한줄기 구름이 

어머님의 손길로 바래진

옥양목 같이 

희게 걸려있다-정용진, <빨래> 전문.

          

훈장(勳章)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석양

황금 양탄자를 밟고

문을 들어서니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진흙 반점을 보고

여보, 얼굴에 

그게 뭐요

아내가 묻는다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이것은

농민의 훈장이외다

 

빈 의자

주님

의자 하나를

말끔히 닦아

대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죄인의 집을

찾아 오셔서

문을 두드리실 때

탐욕에 가려

보지 못하고

마음이 닫혀

듣지 못하여

속히

문을 열어드리지 못 하더라도

용서하시고

잠시 앉아

기다려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리라고

다짐하지만

늘 반복하는 어리석음에

영안이 흐리고

육신이 지쳐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빈 의자에

먼지를 털면서

주님의 말씀을 상고합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 , 주님.

 

연가.2(戀歌.2)

靜山不言 萬年靑

綠水晝夜 回山去

吾愛戀慕 日日深

今夜夢中 願相逢

 

고요한 산은 말없이 만년을 푸른데

녹수는 주야로 산허리를 휘감고 흘러가네.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날이 깊어만 가나니

오늘 밤 꿈에라도 임을 뵈올 수만 있다면...

 

발렌타인스 데이/정용진 시인

박꽃같이 소박한눈송이들이언 가지위에 꽃으로 피어나는 이월 열나흘

발렌타인스의 날이 오면상수리나무에 햇잎 돋듯그리운 생각들이 가득히 번져사랑하고픈 그를 위하여사랑하는 임을 위하여사랑하였던 옛날을 회상하며목 가눠 가슴 터지는 석류같이 붉은

장미 꽃다발을 건네주면서내일을 약속하는 그리움의 손길들...사랑은 낭랑한 물결이라눈을 감아도 흘러들고사랑은 은빛 햇살이라창을 닫아도 새어드네사랑은 귀를 막아도낯익은 음성으로 살아 되돌아와문을 두드리는 행복의 메아리.이제 나는 너를 향한 한 그루의 장미이려니너는 내게로 와서 한 떨기 꽃으로 피어그윽한 향이 되렴.거리엔 차가운 가슴 가슴을 찾아가사랑의 불을 지피는발렌타인 후예들의그리운 발소리.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고희(古稀)를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였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 !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최고봉은 4,158미터 몽블랑으로 유럽 최정상임.

 

Jungfrau, My Dear

by Yong Chin Chong

In her a great depth of longing,

wearing her lily-white monk’s robe,

she has been waiting for countless years.

Too long you waited!

Too long you stood!

And searching for you

I became a cloud wandering,

a wave flowing around the mountain.

You, my dear,

skirted the base of the Alps, your home,

unfailingly day and night

during the four seasons.

You embraced the

Spring wind,

Fall rain,

scorching Summer and

freezing Winter.

While preserving your chastity,

you survived for so many years.

Winds,

clouds,

starlight,

snow and rain

passed by to tempt you.

O, the Virgin’s hair has gone white!

At last, I come to you.

To see you, I climb 3,454-meters.

But you, Jungfrau my love,

drop a foggy veil of exhausted anger

from the long wait for this man

seven decades old.

Holding the fire of love,

I turn back.

The cold sound of rain hits the car window,

and I believe it is your footsteps!

I am sorry,

so truly sorry.

Your long wait for me

left perpetual snow in your heart.

I love you,

so I stretch out my fingers

to seal you.

And I leave you in tears.

Farewell, I will come again.

Oh my Dear!

Oh my Love!

Jungfrau. (Translate by James Chong)

*Jungfrau means 'A Virgin'. The highest peak of this sacred mountain

of the Alps is 4,158-meters high, which is the highest in Europe.

 

정용진(鄭用眞) 詩人의 약력

(yong chin chong)

39. 경기 여주출생(아호 秀峯)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법률학과 졸업

1971 년 도미. 지평선 시인동인

미주한국문인협회협 이사장. 회장 역임.

한국 크리스챤 시인협회. 민족문학 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행문회 회원.

Pen USA.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s VIP회원.

미주문학상. 한국 크리스챤문학상 대상.

Outstanding Achievement Award.(07.08)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ry)수상.

The Best Poems & Poets (05.07) 선정됨.(미국. 국제시협)

시집 : 강마을. 장미 밭에서.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 금강산.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한영). 설중매. (미래문화사)

에세이 : 마음 밭에 삶의 뜻을 심으며. 시인과 농부.

문예창작교본 : 시는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샌디에고에서 에덴농장 경영. 열린문학교실(샌디에고 문장교실) 운영.

E-mail yongchin.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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