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동주문학상 수상작장미가시 정용진 시인
2020.09.11 08:01
제 4회 동주문학상 수상작장미가시 정용진 시인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 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든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을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꾹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제4회 동주 해외작가 특별상 수상작(19)
유기농 상표 정용진 시인
지금은 건강제일 주의 시대라
농사를 지어도
유기농이 인기다.
텃밭에다 들깨를 심고
한여름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 길러
몇 잎 따다가
삼겹살에 싸서 소주한잔 하렸더니
밤이슬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하늘이 비치도록
전신이 온통 구멍투성이다.
잎 뒤를 살펴보니
그린 애벌레가 천연덕스럽게
흰 그물을 치고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다.
이놈을 범인으로 잡아
흰 접시위에 올려놓고
다그쳤더니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소슬한데
시도 쓸 줄 모르고
할 일도 없고 하여
유기농상표 하나 그렸단다.
이놈마저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삼켜 버리고 말까보다.
*제4회 동주 해외특별상 수상작.
아 내 정용진 시인
아내는
꿈으로 깊어 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 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서러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 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 서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빛
그대 가슴은.
아내.2
너는 내 짝
나는 네 짝
네가 없으면 나는 외짝
내가 없으면 너도 외짝.
죽을 때 까지
너는 내 짝
나도 네 짝
너와 나는 단짝
죽어서도 영원한 단 짝.
*제4회 동주 해외작가 특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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