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월석(仲秋月夕)
2016.09.11 14:59
중추월석(仲秋月夕)
정용진 시인
고요히 잠을 청하는
뒷동산 마루에
한 아름 둥근 보름달이 솟아오른다.
아낙들이 수다를 섞어 빚은 햇 송편으로
차례를 지내고
돗자리를 둘러메고, 주과포를 차려
윗 어른들을 따라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올리고
음복(飮福)을 끝낸 후
산길을 내려오면
소슬한 늦가을 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
붐비는 귀성길을 따라
고향을 단숨에 달려온 옛 친구들
이웃 처녀는 출가를 하고
낯선 새댁이 어색한 눈길을 준다.
한해의 농사를 땀으로 엮고
황금들에 고개를 숙인
오곡들의 성숙을 바라보면서
중추월석(仲秋月夕)의 계절에
너와 나의 염원도
알곡으로 영글기를 기원한다.
추석(秋夕)은
일터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던
정든 사람들이 다시모여
한해의 추수를 감사하며
강강술레 합창을 부르며
사랑을 나누는 달
윤기 흐르는 보름달이
또 하나의 풍년을 약속해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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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날 아침에
ㅡ황금찬(黃錦燦,1918~ )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황금찬 시인은 당년 97세로 우리나라 최고령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월의 빠름을 실감케 한다고나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