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를 준비하는 삶/정용진 시인

2016.10.27 00:17

정용진 조회 수:374

추수를 준비하는 삶

                                                   정용진 시인

 

봄에 갈고 씨를 뿌리지 아니하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어 후회한다.’(春不耕種 秋後悔) 고 주자(朱子)는 말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찬비가 촉촉이 내린 후 창밖을 바라보니 마지막 꽃이 지기 전에 꿀을 빗으려는 벌들의 행렬이 분주하다. 과목들이 꽃을 열매로 키우는 동안 과목들은 길고 긴 여름날들을 폭우와 혹서를 견디면서 가을에 이르러서야 비로써 과향(果香)이 풍만한 과일로 성숙한다.

속이 차오른 과일의 무게로 나무 가지가 땅을 향해 휘이면 지나는 길손들이 허기를 채우고 자연은 신이 준 선물임을 깨달으며 드디어 인간들은 자연의 주인이 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얻을 수 없듯이 농부에게는 오랜 인내가 필요하다. 완숙된 농산물을 얻기 위하여서는 땀 흘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김을 매주고 적과를 하는 숱한 과정을 거쳐 소중한 열매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나 미주에서 이민생활을 반세기가 가깝도록 해오면서 얻은 열매가 인내다.

과거 고국에서 쌓은 학력이나 실력에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하다 보니 신체적으로 피로가 겹치고 경험 없는 사업으로 인한 실패로 인하여 깊은 고통을 겪는 이웃 동족들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이는 숙련으로 인한 경험을 쌓기 이전에 큰 결과를 얻으려는 성급함에서 오는 결과이다. 선인들의 말씀 중에 천우신조(天佑神助)란 말이 있다. 하늘과 신은 착한 인간을 돕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늘과 신은 아무나 돕지 아니하고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하늘에서는 금은보화가 24시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얻기 위하여서는 보화가 쏟아지는 곳에 그릇을 대고 있는 수고가 따라야 한다.

금이나 은이 쏟아지는 곳에 그릇을 대고 있는 사람은 금은보화를 얻을 것이요, 그릇이 작은 것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이아몬드가 내리는 곳에 그릇을 대고 있다면 값비싸고 귀한 다이아몬드를 받을 것이다.

자식 농사나 논밭 농사나, 인생 농사가 하나같이 준비하고 예비하고 노력하는 결과에 따라서 그 성패가 결정된다. 하나같이 천지인(天地人)의 아름다운 화합과 조화 속에서 이룩된다는 뜻이다.

봄에는 심고 여름에는 가꾸고, 가을에는 걷어드리고 겨울에는 갈무리(秋收冬藏)하는 것이 사계절 농민들이 하는 일의 순서다.

날이 맑으면 들에 나가 밭을 갈고 날이 궂으면 서재에 들어 책을 읽으라고 제갈량은

청경우독(晴耕雨讀)을 가르쳤다. 이것은 선비의 도요, 지혜 있는 사람의 삶의 철학이다. 우화가 일러주듯 개미같이 일하는 사람은 미래에 굶주리지 않지만 매미같이 한여름 서늘한 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만 부르다가는 종래 가난해 지고 배고픈 삶을 맞이하게 된다. 적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루고 티끌을 모아 태산을 이루는 적소성대. 진합태산이 성공자의 모습이요 하늘로부터 받는 선물이다.

자연은 봄의 경작과 가을의 추수가 중요하지만 인간의 삶 역시 초년보다도 말년이 더욱 중요하다. 젊어서의 실수나 과오는 용서 받을 수 있으나 성년이 되어서나 노년의 실수는 만회되기가 어렵고 용서받기가 힘들다.

인간은 만남이 중요하다. 부모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천부적 만남이 있는가하면, 스승이나 직업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만남도 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만남이 부모와의 만남이다.

부모는 어려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을 떠들썩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최순실 사건은 그 애비 되는 최태민 때부터 세상을 요란하게 했고 종래는 그 여식에게 오염되어 체통 없이 국가원수까지 휘말리는 참담한 사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치 머리에 물을 부으면 발치까지 흐른다는 진리와 다를 바가 없다. 송사리 한 마리가 바닷물을 흐려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서 굽은 나무는 펼 수가 없듯이 젊어서 병든 인간의 영혼도 바로잡기가 힘들다. 나만의 문제가 된다면 몰라도 이웃이나 국기를 흔드는 망동은 온 국민들의 노력으로 속히 바로잡고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자세로 강력하게 칭지 해야 한다. 재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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