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날

2016.11.23 13:18

채영선 조회 수:25

그날



                    소담 채영선


어쩐 일로

당신이 만든 무지개 세상

그토록 아프게 떠나셨나요

굶주림보다 헐벗음보다

더 슬픈 것은

버림받는 것임을


하늘도 해도

등 돌린 그날

한 몸 의지할 둥지 하나 없어

영문 밖 바위 산 갈보리에서

핏발 선 눈길에 찢기시며

온몸 깃발로 던지셨나요


목숨까지 내어주신

당신의 연민

죄악의 땅 피로 적신

다함없는 사랑

거둘 수 없는 진노도

피할 수 없는 사랑도

창백한 낯으로 주춤주춤 물러났지요


다시 살아옵니다

상한 십자가에 배인 부르짖음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둠 속에 잠든 영혼 위하여

순종으로 끝끝내 보여주신 길

돌아갈 내 본향, 하늘 아버지의 집




시집, <미안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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