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6 13:57
향 연
소담 채영선
아그네스, 듣고 있니
어금니 푸른 어둠을 뚫고
별 하나 별 둘 불붙이는 소리
잠들어 마른 가지 위에
파식파식 심어지는 불꽃
아그네스, 듣고 있니
사륵사륵 가시나무
옷자락 끄는 소리
낮은 무릎으로 가을 지피는
멀고 먼 발자국 소리
아그네스, 듣고 있니
품고 다듬어 삭은 전설
금빛으로 타오르고
사나운 들풀마저 물들이면
황금 신전으로 달려가는 소리
아그네스, 보고 있니
뜨락에 찾아온 애꿎은 사랑
뼈아프게 흩어진다 해도
꺼진 불꽃으로 재가 되어도
떨어지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
아그네스, 듣고 있니
후드득후드득 조각나는 심장
달빛에 여울져 타는 기다림
작은 별 하나 머물기 전
빗살에 멍울지는 가을 소리소리
시집 '향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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