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꽃 아름다운 마을에 그가 살고 있었다 

사람 파피꽃으로 피어

식당 손님이나 우리를 만날 때 늘 웃는 아름다운 모습이 그랬다

넓다란 평지에나 느린 언덕에 핀 자연스런 파피꽃, 그는

곷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시인친구 였다


오른 팔을 다친 장기 장애인이 돴을 때도 
매일 새벽이면 새벽마다

만나러 가던 멕도날드씨
2시간 왼손으로 시를 쓰고 
나머지 하루 22시간 온 몸으로 인생을 쓰는 시인이 였다 

시를 되씹고 
힘줄처럼 질긴 불경기를 씹다 
그만 덜컥거리는 이빨을 속상해 하던 그 해 여름
지독한 치통을 겪었지만
사람냄새 나는 시인다운 시정신 때문에
켜켜이 다가가던 우리의 위로에 살포시 기대던 

그이, 모습 한 가닥 바람에 나부낀다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식당문 들어서는 발길 뜸해 
답답한 가슴 

수압에 못견딘 생선눈알이 되어갔다

눈물이 이제 뚝뚝 떨어지고 ... 땀방울 시(詩)가 정신차리고 뚝뚝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
아! 시통(詩痛)임에야...

남아있는 왼팔을 막내딸처럼 사랑했다 
어루만지는 그 마음 물밀듯 나에게도 밀려왔다 
이웃 들꽃마저 글썽이게 만들었다

'세월 속에 숙성된 시어들, 그 힘으로 지붕을 떠받히는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불 밝히고 기다리는 고향집같은 
아침 햇살 퍼지는 창살, 문풍지 다정한 낮은 미소의 문을 달고 
따뜻한 아랫목, 아늑한 쉼이 있는 사랑의 집 한 체 
시집(詩集)을 짓자, 친구여
이민 언덕에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 한 체 짓자, 친구여!'


2016년 늦가을
종내 고향처럼 살던 파피꽃 마을을 떠났다
경라시인과 함께 기도처럼 빌었는데...찾아가서 까지 빌었는데 
이제 시집 하나 지어졌다, 유고 시집-그런사람

어제도 지금도 그리고 모든 남은 훗날도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이제 편히 쉬소서!


김병현 시인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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