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장석주 시인의 <대추한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에도 사랑이 있고 고통이 있다. 대추나무 한 그루에도 시련이 있고 실패가 있다. 심지어 벼락 맞아 죽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파면 길인이라고 좋아들 한다. 그런데 도장 파주는 가게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왜 그리 많은지…. 아, 이제 알겠다.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은 인간을 대신해 맞는 것이다. 벼락 맞은 대추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벼락 맞을 인간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그것도 모르고 대추나무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좋아들 한다.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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