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구정날 서울에서 보낸 메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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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죽음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늙고 죽음은, 그것이 내게 닥치는 것이라면 누구나 두렵다.

내가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의 경우라 하더라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없었으면 좋을 일이다.


'슬픔과 절망을 딛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행복이 온다.'는 메시지를 오랫동안 전해왔던 행복 전도사로 통한 작가이자 방송인이 건강이 악화하여 자기로서는 더 어찌할 수 없어 극단의 선택으로 자살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목사 평생 아프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로하고 안수 기도를 해주던 이도 막상 자기가 아프고 고통을 이기지 못하니 병실이 떠나가라고 욕설과 원망의 절규를 내뱉다가 돌아가셨다.'는 글이 나온다.


로마의 현인 키케로는 늙음이 비참해 보이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하며,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어쩔 수 없는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참한 사실은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성가신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로마 시대나 현대인의 삶이나 노화와 죽음은 이렇듯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키케로는 노년을 인생의 다른 부분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삶의 과정 일부로 받아들인다.

“인생이란 드라마의 다른 막들을 훌륭하게 구상했던 자연이 서투른 작가처럼 마지막을 소홀히 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떤 종결이 있어야만 했고, 그것은 마치 나무의 열매와 대지의 곡식이 제대로 익은 뒤에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선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농익은 과일이 저절로 떨어지듯이 노인들이 죽는 것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그는 반문한다.


키케로처럼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불행히(?) 우리들은 그러지 못한다.

더욱이 현대인들은 키케로 시절보다 훨씬 더 오래 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좀 더 각박하다.

활동할 수 없을 만큼 몸이 허약해져 고민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났고, 죽음에 대해서도 증가한 정보만큼 두려움은 더 커졌다.

세상은 또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

지식과 정보가 느린 속도로 변화하던 로마 때와는 달리 한창때 알았던 지식이 대부분 쓸모없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주위에 성가신 존재일 뿐이라는 자괴감 또한 노인들을 힘들게 한다.

게다가 현대 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노화의 과정과 죽음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이제는 교육을 받으며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데 30년, 일하는 데 30년, 은퇴 후 30년이다.

퇴직 후의 삶이 너무 길어지면서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30년을 전반전, 그 후의 30년을 후반전으로 보고 은퇴 후 30년을 슬기롭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하프타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기간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노후의 건강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한층 중요해졌다.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성가신 존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퇴 계층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데다 건강연령도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은퇴자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아파트 경비직이나 일용직도 이른 명퇴를 한 오십 대가 차지한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 모아 놓은 돈도 넉넉지 않은 현실에서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할 날은 까마득히 길고 돈벌이하기는 힘들고 가족들의 눈치는 보이고, 그야말로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다.

 

돈보다도 더 큰 문제는 갑자기 생긴 여유로운 시간이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무엇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사회와 가족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과연 아름다운 노년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건지?

늙은이의 고민이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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