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새는 날아가고  (나희덕)

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갔어
창밖은 고요해
그래도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접시를 앞에 두고
거기 놓인 사과를 베어 물었지
사과는 조금 전까지 붉게 두근거렸어
사과는 접시의 심장이었을까
사과 씨는 사과의 심장이었을까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번씩 담겼다 비워지지
심장을 잃어버린 것들의 박동을
너는 들어본  있니?
둘레로 퍼지는 침묵의 ,
사과를 잃어버리고도 
접시가 아직 깨지지 않은 것처럼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식탁과 접시는 말없이 둥글고
창밖은 고요해 
괄호처럼 입을 벌리는  접시,
새는 날아가고
나는 다른 심장들을 훔치고
둘레를 가진 것들은
하루에도  번씩 그렇게 만났다 헤어지지

 

  시는  한마디도 사랑이 깨졌다거나 심장을 통째로 날릴만큼 상처를 입었다거나 그래서 짝퉁으로라도  아픔을 메꾸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거나… 하는 심히 친절한 단어들은 왕따 시켜버리고이별을 거리를 두고 cool 하게 표현하고 있다침묵 속에서 접시에 담기 사과는 심장이 되고 산다는 것은 그렇듯이 만나면 헤어지는 거라고 방법은 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가 버린 거라고… 마치  나희덕 보살님이 ‘반야심경 재해석 해주는 것만 같다오랫만에 어렵게여백이 사무치는    만난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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