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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나의 손 누구의 손 서로 서로 잡아줄 수 있나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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