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세벽 네 시 반   ( 김주대)


술에 취한 어제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오늘의 사람들이 첫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어제부터 마신 술이 끝나지 않은 나는 아직 어제인데

새벽 네 시 반

거리에는 오늘의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어제의 거리를 고주망태 걷고 있지만

사실은 나도 사랑하는 이가 누워 자는 그런 데로 가서

살며시 방문을 열고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부터는 일찍 들어올게,라고 맹세하고 싶다

지친 어제를 눕히고

코를 골며 잠들고 싶은 나는 아직 어제다

새벽 네 시 반은

어제로 간 사람들이 깊은 잠에 드는 시간

잠꼬대를 하며 한 쪽 다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말랑한 배 위에 올려놓는 시간

자다 깨어 시계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누워

서로 팔베개를 해주는 시간이다

어제는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으면 될까

 새벽 네 시 반

우두커니 오늘이 밝아온다, 우리는 나는 아직 어제인데

 하루가 끝나고 시작하는 시간을 자정이 아니고 새벽 4시 반으로 바꿔버린 시인은 불온하다. 신델렐라의 마술도 자정에 끝나버린 것을 4시간 반이나 더 연장시켜버린 것이다. 새벽 4시 반, 술잔을 내려놓고 오늘을 시작하도록 팔베개 해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대책 없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본다. 

김주대 시인은 1991년 ‘창작과 비평’에 ‘천막유치원 졸업식’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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