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혼밥..

'마침내 '삼식이'가 되다


은퇴을 앞두고 아내에게 나는 삼식이는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설사 집에서 세 끼를 먹더라도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까짓것, 내가 찾아 먹으면 될 거 아니여?

나는 아내에게 정말 제대로 얻어먹으며 살아왔다. 음식 솜씨가 좋기도 했지만 

처자식 빌어 먹인다고 고단한 서방을 챙겨줄 사람이 자기밖에 더 있겠냐는 게 

아내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가끔씩 아내에게 그동안 정말 잘 먹여주어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치하하는 이유다. 아내는 성심으로 나와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었던 것이다. 

그런 아내에게 은퇴 뒤에 밉상을 대는 일은 마땅히 피해야 했다. 

1년 후 우리 내외의 생활은 뒤바뀌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거의 대부분 집에서 지냈고, 아내의 사회생활은 예전과 다르지 않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주일에 하루 남짓 외출하는 데 그치는 데 비기면 

아내는 집에 있는 날이 오히려 적었다.


혼자서 하는 식사, 흔히들 ‘혼밥’이라고 하지만 내게 그건 그리 서글픈 일은 아니다. 물론 아내가 정성 들여서 차려주는 밥상에 댈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때가 되면 

비교적 무심하게 식사 준비를 하고 혼밥을 치러낸다.


차츰 아내의 외출이 뜸해졌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노화를 확인하기도 한다. 

글쎄, 마뜩지는 않지만 나이 듦에 수반하는 몸의 변화를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나이 들더라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가능하면 오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남은 사람이 혼자서 끼니를 이어야 하는 때가 더디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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