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 스마트 바보 /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8.07.10 17:48

김영교 조회 수: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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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바보 / 김영교

 

스마트를 잃어버리고 미아가 되었다. 조카 결혼식 있던 서울에서였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글을 읽는데 난감했다. 저장해 놓은 전화번호며 수첩속의 연고자 연락처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스마트 왕국에서 속도와 정보의 태평성대를 누려왔기에 의존도가 하늘을 찔렀다. 그 난감함은 수직추락 하였다. 여행 스케줄대로 일본 문학촌 방문에 잠시 출타, 날짜에 맞게 귀국했다. 전후 가족 친지 친구들과의 소식 두절은 그나마 민망한 변명으로 옆으로 살짝 밀어놓을 수 있었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가꾸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연락처마다 호탤 주소를 주며 택배를 부탁했다. 휴대폰 기종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격상되더니 어느 날부터 스마트가 세상을 덮어 판을 치기 시작했다. 홀린 듯 모두 그것을 드려다 본다. 좁은 손바닥은 무한대의 스테이지, 피우는 재롱은 끝이 없다. 보고 또 보고 잠 속에서도 본다. 애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식탁에서도 저마다 따로 본다. 어린 아이도 보고 어른 부모도 본다.

 

원래 의도는 통신수단 아닌가. 그런데 다기능성 만능기계가 되었다. 그래서 스마트 속으로 병적으로 들어간다. 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경고는 오간데 없다. 요즘 전자파 걱정 하는 사람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속도만 쫒아가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잠시라도 머리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스스로 사색 시간 없이 가치관 정립 없이, 스마트에 잠식당하는 인성의 영토, 나 홀로 뿐이 되겠구나! 그리운 사람 냄새 그리고 체온. 혼자의 세계 몰입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재가 될까 저어된다.

 

아니나 다를까? 공감력 결핍이 득실대는 이착륙 공항이다. 오늘 출시한 물건이 몇 날 안가서 구식 제품이 되는 시장경제, 신제품 또 출시, 세상은 편리한 초고속 따라 잡는 운동장이다. 건강한 지상의 사람들이여, 더 스마트 해지고 싶으신가?

 

서울에서 스마트를 잃고 아찔했던 경험은 비상수첩 하나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가슴에 새기고 새겼다. 교훈이었다. 좌우상하 잘 살피지 못한 실수, 나이 탓도 있다. 낭패를 당하고 나서 얻은 생활감정적 유익함- 심장 하나 움켜쥐고는 외우는 연락처 몇 개쯤은 기본으로 있어야 겠다는 다짐이다. 그 비상번호를 비상연락망에 비축해 놓아야 이제는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일상의 손이 스마트 없이 맛본 너긋한 자유함을 오랬만에 누릴수 있었다. 동시에 겪은 불편함은 상실이 안겨다준 귀한 깨달음이었다. 출국 이틀전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내 스마트가 먼저 도착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가움 그리고 서울 택배야 말로 참으로 놀라운 세계 최 고속 배달 운송 시스템 위력을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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