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2019.03.22 07:49
1.
어떤 나라에서는
아버지 안에 작은 봉분이 생기면
그 다음날 하루종일 비가 온다네
2.
꽃진 자리 비가 온다
네가 왔다 간 자리 움푹 파여서
눈물이 와 머문다
같은 생으로 만났던
잠깐의 시간 만 년 같아서
그 사이 봄은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고
아버지 이제 그만 좀 신경 쓰셔요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아직도 신경을 쓰세요
네가 지금 몇 살인데 아직도 신경을 쓰게 하니
사랑표현은 꽃잎 같아서
바람손 잡고 떠 돌기도 하다가
비에 젖어 침묵하기도 하다가
창밖 뜨락에 바람 불고
바람이 부니 너도 살아봐야 했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너는 살아내야 했어
그러나 너와 나 사이 꽃진 일
사람들은 이별이라 말하지만
작은데서 큰 곳으로 돌아간 것을 알리야 없지
삼월 꽃 떨어진 날
나 대신 봄이 울고 있다
들녘은 너 대신 푸르고 푸르고 푸르고.
(경@032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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