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이태영 작품 5-26-2019서 0119.JPG


집밥과 흙수저

- 중앙일보 이 아침에 6-1-2019 

 

최근에 서울을 다녀왔다. 10년 뒤에 가면 무엇이 더 얼마나 발전 돼있을까 싶다. 보기에도 많이 발전한 고국이었다. 서울은 실,철,당 문화가 엄지다. 바로 화장실문화, 지하철문화, 식당문화가 그렇다. 시골 어느 휴게소 화장실을 가봐도 청결하다. 혈맥처럼 뻗어있는 지하철은 세계1위라니 자부심도 생긴다. 서울은 식당문화가 대단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고층건물 지하와 옥상은 고급식당이 대부분, 음식 다문화가 화려하다. 뒷골목 즐비한 식당들, 개성 있게 내세우는 특별메뉴가 글자만 바꾸어 놓고 발길을 잡는다. 대단한 자랑 꺼리 또 하나는 바로 분리수거다. 한국 주부는 분리수거의 수장들이다. 황사는 오고가지만 지구의 앞날은 그나마 햇빛 쨍쨍 초록이다.

집밥이 그리운 요즈음이다. 생일에 초대받은 식탁도 식당 음식이 대부분이다. 입맛이 칼칼하고 날씨가 추울 때는 더욱 집밥이 그립고 등줄기를 따뜻하게 흐르는 국물이 생각난다. 국물은 준비는 시간과 정성이 주성분이다. 바로 정을 우려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밥은 정성이라 했던가!

집밥 상차리기는 흙수저가 제격이다. 흙을 먹고 자란 신토불이, 이슬과 땀이 녹아있는 땅이 배경이다. 손수 키운 텃밭가족 반찬들....세포가 좋아하는 친환경적 밥상이다. 집밥은 사랑이 주성분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버물어진 집밥은 보양식이다.

교통사고로 많이 누워있고 덜 움직이니깐 나의 식욕도 물러섰다. 그날은 그라지 앞에 큼직한 가방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따끈했다. 이웃에 사는 손아래 시인의 집밥 배달 직송이었다. 전에도 그녀의 텃밭건강식 식단을 맛본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는 더욱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이유가 있었다.

집 밥이란 게 얼마나 귀한 요즈음인가! 손수 키운 텃밭음식에 풋김치, 상추와 나물, 호박죽, 미역국등 식을까 속달로 배달까지 해준 손아래 시인의 마음을 이 순간 가늠해본다. 바뿐 일과를 다 알기 때문에 더 감동이었다. 말없이 그리고 온 정성으로 하는 예의바른 손놀림이 따스했다. 그 마음으로 쓰는 시, 역시 아름다웠다. 집 밥으로 시를 쓰고 흙수저로 상을 차리는 그 마음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졌다.

그 정성은 그 이후도 여러 번 배송을 받았다. 솜씨와 정성, 순발력과 정월보름 오곡밥과 나물, 토란국등 정성으로 요리하여 오밀조밀 탐스럽게 담아 배달된 그 때 집밥 메뉴들! 감동된 내 몸은 호전의 기미를 보였다.

이게 왠일? 그 착한 시인에게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코암이 발병, 전이되어 그 손아래 시인은 지금 투병중이다. 그 시인은 피가 모자라고 호흡이 짧아 가슴이 답답한 환자이다. 음식손이 무딘 나는 애통함을 어쩌지 못해 속마음 깊이깊이 부르짖는다. ‘집밥은 잘 못해도 기도밥이라도 열심히 준비해야지’ 손을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주위 친구들에게 중보하자고 카톡을 뛰운다.

생명의 계절 6월이 창밖에 왔구나!

 

*60주년 school reunion 서울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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