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 고바우가 그리울 때 / 김영교
2020.03.16 19:40
동창 이태영 작품
고바우가 그리울 때 3-16-2020 / 김영교
이곳 LA에는 먹을 만한 음식점이 꾀 많다. 음식점은 교통도 주차도 편리해야 하고 뭐니 뭐니 해도 맛으로 승부를 건다. 죽기 아님 살기식으로... 내 발길이 잘 가는 식당 중에는 한 주인이 30년 넘게 영업하는 곳이 여럿 있다. 강남회관, 동일장, 길목, 그리고 고바우 등이다. 그 외에도 여럿 있겠지만 내가 잘 안가는 식당이라 언급을 피한다. 모두가 그 식당 나름대로 특미를 걸고 친절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는다.
코너 풀레이스는 길목국수를 즐기신한 어머니의 단골 식당이다. 어디 먹집이 한두군데랴만 ‘길목’ 동침이 국수집은 LA공항에 내리면 가는 직행 연장노선이다. 얼마 전에 영국에서 온 민정이와 혜민이만 봐도 그랬다. 장시간의 비행 피로는 온데간데없다. 동침이 국수 한 그릇이 처방약이었다. 리프레쉬 해주는 동침이 국수, 금방 생기 팔팔한 사람 배추가 되었다. 신기했다. 느끼함을 없에주는 이 개운한 동침이의 고마움은 엄지 짱이다. 계속 읊어댔다. 이제는 ‘살 것 같다’고 기염을 토하던 그때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혼, 첫애기 산후 지금 무척 힘들 텐데 정신 바싹 나게 하는 이 신선한 동침이 국수 한 그릇, 영국에 택배할 수는 없을까? 식당 홍보 광고처럼 들릴까 저어된다.
‘고바우’는 예약을 받지 않는 바쁜 식당이다. 오는 순서대로 빈자리를 배당받는다. 식당평가에서 별 5개를 받았다. 늘 북적댄다. 오래 기다리는 것도 상관 않는 단골들이다. 보쌈과 쟁반국수, 된장찌개 맛을 늘 기억하는 손아래 안선혜시인은 신장 투석환자이다. 오랜 투석환자인 송석증시인도 소원이 고바우에서 보쌈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예약은 식당 방침에 어긋나 거절당한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기다릴 수 없는 두 시인 다 신장 투석 스케줄 때문이라는 고백을 듣고 속이 답답해 왔다.
자초지종 끝에 드디어 예약을 받아냈다. 약속된 날 우리 식탁은 선물과 덤의 감자전과 빈대 부침이 나와 두 투석환자를 눈부시게 해줬다. 나는 눈보다 마음이 더 부셨다. 오랜 세월 성업 중인 성공비결이 바로 음식 맛 풀러스 이런 감동을 주는 친절 비방이 숨어있었구나 싶었다.
‘고바우’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내 또래의 사람치고. 나는 고바우란 이름이 좋았다. 초지일관 변덕없는 든든한 바위다. 옛날에 금잔디 시절 우리는 김성환이란 화가를 좋아했다. 고바우란 시사만화를 신문에 연재하면 통쾌도는 극치였다. 그 시원한 인기를 공감, 절감한 그 고바우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이곳 고바우 식당에 가기만 하면 그 옛날이 떠오른다. 1950년에서 2000년을 살아온 사람들은 고바우 향수병이 있을 법하다. 고바우 탄생 50주년 기념우표까지 발행했을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정감의 고바우 영감이다.
예쁘게 포장해서 우리 세 사람에게 선물로 준 머그잔으로 차를 마실 때마다 고바우가 생각난다. 그 기업철학과 맛이 오래 오래 LA를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선혜시인은 몇 년째 계속 치료 중이고 송석증 시인은 작년에 타계했다. 살아생전에 고바우 별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식당 측의 배려가 고마웠다. 명복을 빈다. 근간에 안선혜 시인을 불러 함께 된장찌개 먹으러 고바우에 갈 참이다. 건강이 호전되기를 간절히 비는 내 마음도 동행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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