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詩 감상 나는 그를 보고 있으나 그는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 / 정국희

 
 
    
나는 그를 보고 있으나 그는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

                                                                                                           정국희

 

그가 벽에 기대앉아

곁눈질로 내 몸을 훔쳐보고 있다

 

 

맨살이 보이기만 하면 죽어라 달겨드는

몸매가 호리호리 한 그는 

내 피가 달다는 걸 천성적으로 알고 있는 족속이다

 

자기 몸을 되레 먼저 덮칠, 내가

지금 찰나를 노리고 있다는 걸

까마득히 정신 놓은 채

 

그는, 오늘 밤

누워 있는 내 몸을 감히 입맛 다시며

비명 지르기에 안성맞춤인 때를 기다리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4월호 발표

 

 

정국희 시인

  

2008년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신발 뒷굽을 자르다』 3권 있음. 재외동포문학상,가산문학상, 동주문학상해외작가상 수상. 미주시문학회 회장역임.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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