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억의 이름

2013.05.18 12:09

채영선 조회 수:346 추천:116

시, 기억의 이름





바구니에 가득한 자투리 실 덩어리

고운 색이 아니어도

섞여 있어 아롱진 크고 작은 뭉치들

어느 가랑비 오는 날 손을 넣으면

손가락에 걸려 나오는 끄나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슴 일렁이는 속삭임이 아닌지



나뭇잎 날리는 추억의 툇마루에서

빛바랜 이야기를 꺼내어

한 담 한 땀 다시 뜨는

먼지나는 길가 토담집 여인네 숨결처럼

어느 날 기억이 촛불처럼 꺼져갈 때

시도 사라져야 할 운명은 아닌지



다행히도 사람의 기억이 오래 지날수록 선명해져

실뭉치들은 새끼쳐 늘어나고

커져가는 바꾸니에 지쳐버린 시인은

아무도 모르게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것은 아닌지






시집 '사랑한다면'에서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 무엇이 보일까 채영선 2016.12.06 17
103 시/ 새벽을 기다리는 채영선 2016.11.23 20
102 시 / 산책 채영선 2016.11.28 21
101 시/ 그날 채영선 2016.11.23 25
100 시 ㅣ 연어 채영선 2017.05.15 27
99 *아이오와 글 사랑*을 열며 채영선 2017.01.22 29
98 시 ㅣ 향연 - 소담 채영선 채영선 2017.07.16 30
97 시 ㅣ 나이아가라 -소담 채영선 2017.08.19 32
96 수필 / 언제나 배워야지요 채영선 2016.11.16 34
95 시 / 당신은 채영선 2017.01.22 39
94 시/ 헤이리에서 [1] 채영선 2016.06.21 40
93 시 ㅣ 가보지 않은 길 채영선 2017.07.30 40
92 수필 / 아름다운 땅 아이오와에서 채영선 2016.11.16 46
91 시/ 잠꼬대 채영선 2016.11.23 46
90 시 / 가을 나그네 채영선 2016.11.28 49
89 높고 깊고 넓은... 채영선 2016.12.06 49
88 수필 / '함께' 라는 말 채영선 2016.11.28 49
87 시 / 그대 사랑스런 영혼 채영선 2016.11.18 50
86 수필 / 내 탓이예요 채영선 2016.11.16 52
85 시 / 나비 생각 [1] 채영선 2016.08.07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