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여울

2013.05.28 15:30

채영선 조회 수:368 추천:117

개여울




해바라기 잎만한 종이 한 장
글씨보다 빈 자리 눈에 가득한
당신의 시를, 나는
슬그머니 읽고 지나가지 못합니다

징검다리 앞에서 머뭇거리듯
제목을 보고, 또 새겨보고 있습니다
발을 떼어도 징검돌은 멀기만 합니다
돌 밑 여울을 들여다보다
발끝을 디밀어 봅니다
발목을 적셔야 건너갈 다음 연 앞에서
난 기우뚱 흔들리고 맙니다

얕아보여도 넓어 개울은 소리쳐 흐르고
물살은 돌고 돌아 내려갑니다
치마폭을 휩싸 안고 내려다보니
내가 물인지 물이 나인지
건너고 싶은 마음은 아예 사라지고
주저앉아 온종일 물소리만 듣고 싶습니다
며칠 물가를 맴도는 사이
무릎이 잠기도록 물이 늘었습니다

물안개가 하얀 비단이라면
달빛에 젖어 첨벙이는 맨발을 감추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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