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2013.06.09 22:58

채영선 조회 수:388 추천:105

허리케인




두 식구만 남아 있네

휑하니 뚫린 가슴에

강아지 한 마리

서너 마디 조잘대는 노란 칵테일

의좋은 잉꼬 한 쌍 보태보네, 그러나

가슴에는 여전히 찬바람 이네

길에 나온 거북이를 좋아라 안고 왔네

백 살은 넘었을 크기에

생야채로 깍듯이 모시고

씻기고 발라주고

저녁이면 안고 들여다보았네

덜거덕거리며 한집에 살기 삼 년 어느 날

거북이 눈에 눈물을 보았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네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에

거북이를 숲에 데려다주었네

거북이를 구하러 오는 것 같아서

혼이 날 것만 같아서





시집 '사랑한다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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