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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내 삶의 교재다

동아줄 김태수


  방송은 감성적이다.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현란한 영상을 필요로 한다. 감각적인 정보는 진득한 사고를 방해한다. 나는 생각할 여유 없이, 보여주는 영상 매체를 따라가기 바쁜 방송보다는, 눈과 머리를 쉬어가며, 생각하며 읽는 신문을 좋아한다. 사설과 논설 같은 글에서는 행간을 읽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제된 언어로 전문인이 만든 정보는 역시 신문이 최고다. 인터넷 신문을 즐겨 찾는 이유다. 나는 심층기사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지진에 관한 특집기사 같은 것이다. 신문은 지진의 기록, 피해 상황, 대피 요령, 원인과 대책 등을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상세하게 전해주고 기록으로 남긴다. 경제나 외교 문제는 물론 개썰매 대회나 원주민 컨벤션 같은 스포츠, 문화 축제 등 개인적으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신문 기사는 학생들의 학습자료로도 이용된다.  

  KBS 해외 통신원으로 5년간 일한 적이 있다. 알래스카의 주요 뉴스를 한 주에 1~3회 정도 리포트하는 일이었다. 원고 준비는 현지 신문인 ‘앵커리지 데일리 뉴스’ 기사를 번역해서 작성했다. 한국에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타고 나간 앵커리지 현지 리포트는 결국 신문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활자를 소리로 바꿔 재편집한 리포트였다.

  한글학교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때에도 신문을 활용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라서 한국말과 글이 서툴렀다. 말은 그래도 좀 알아듣고 더듬거리며 하는데, 읽기와 쓰기는 엉망이었다. 나는 궁리 끝에 한국 신문을 학습교재로 사용했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의 화보와 뉴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자아낸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나 연예인에 대하여 학생들은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상 정보부터 취미나 활동, 노래 가사에 이르기까지 한글을 읽지 못하면 알아낼 수 없어서 학생들은 더듬거리면서도 열심히 신문을 읽어냈다. 사진과 캡션은 참으로 효과가 좋았다.

  대학 때 <시사 일어> 수업은 아사히 신문이나 요미우리 신문으로 공부했다. 사설이나 칼럼, 뉴스 기사를 복사하여 교재로 삼았다. 교수님이 지정하거나 우리가 필요한 내용을 골랐다. 신문은 외국어 공부를 위해서도 훌륭한 교재 역할을 한다. 또한, 언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나 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문에 실리는 문학 작품에 관심이 쏠린다. 문학 작품은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제맛이 난다. 시나 수필을 읽으며 감동을 주는 부분에서 잠깐 생각해보고 밑줄을 그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면 단순한 가십거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영상 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나만의 감상 흐름을 음악과 화면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은 언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 경쟁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제 나름대로 특성이 있어서,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되기도 한다. 방송은 생생한 화면을 시청자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필요한 정보는 신문에서 얻었고, 그 자료를 활용하여 방송했고 가르쳤고 배웠다. 같은 정보라도 사설, 칼럼, 만평, 기사 등으로 형식을 달리해서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신문이 있는 한, 우리 사회도 그에 따라서 건전해질 거라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논조가 다른 신문을 통해 나 자신을 살피고, 신문에 펼쳐진 다양한 세상을 보고 배운다. 신문이 내 삶의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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